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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인민일보의 사드 반대 기고문 게재 유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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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인적 교류가 영향을 받아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 오려던 중국 대표단이 규모를 줄였고 강원도 방문이 예정됐던 중국 블로거들은 방한을 무기 연기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딴지 걸기도 보인다. 한국 화장품 밀수 단속 장면 방영이 그렇다. 한·중 관계의 후퇴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건 최근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에 실린 사드 반대 두 한국인의 기고다. 지난달 25일 김충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실효성과 안전성 등 여섯 가지 이유를 들어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히며 ‘한국의 어느 곳에도 사드를 들여놔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엔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사드 배치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가벼이 보고 국민의 안위를 무시하는 결정이자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사드에 반대할 수 있고 또 그 의견을 기고할 수도 있지만 이를 국내 언론이 아닌 해외 언론, 특히 최근 ‘한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중국의 언론에 내보내는 게 적절했나 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인민일보의 게재 행위는 우려를 낳는다. 한국 내부의 분란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인민일보는 두 글 모두 눈에 잘 띄는 3면의 오른쪽 상단에 실었다. 첫 글은 성주군 사람 입장에서 감성적으로 접근하게 했고 두 번째 글은 국제문제 전문가의 각도에서 사드 배치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기획된 측면이 커 보인다.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로 철저하게 당의 명령을 따른다. 한국인의 글로 한국 정부를 비판한 인민일보의 행태는 중국의 전통적 주변국 다루기인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 수법을 떠올리게 해 한국인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크다. 한·중 갈등이 생길 때마다 양국 언론의 중요성이 거론된다. 사태 악화보다는 갈등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인민일보의 한국인 기고 게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