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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 여성 도쿄도 지사 당선…69년 만에 유리천장 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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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지사에 당선된 고이케 유리코.

지난 31일 치러진 일본 도쿄도(都) 지사 선거에서 여성 정치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ㆍ64) 전 방위상이 당선됐다. NHK에 따르면 고이케 유리코 후보는 1일 0시 52분(개표율 99%) 기준으로 291만2천628표(득표율 44.5%)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다. 고이케 유리코는 여성으로 처음으로 일본 수도의 얼굴이 됐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와 달리 도쿄도 지사는 선거를 통해 뽑히는 만큼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영향력도 막강하다. 도쿄도 예산 13조 엔(약 141조 원)을 집행한다. 다른 광역 지자체의 약 10배에 이르고 인도네시아 국가 예산에 맞먹는다. 도내 총생산도 92조4000억엔으로 세계 14위 수준(국가 기준)이다.

고이케는 당선 확정 후 “지금까지 없는 도정(都政), 보지 못했던 도정을 도민과 더불어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과 관련해선 도쿄 제 2 한국학교 설립 계획이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가 선거 전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제 2 한국학교 설립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지사가 2014년 방한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요청하면서 본격화됐다. 도쿄도는 이후 이치가야(市ヶ谷)상업고교가 있던 신주쿠(新宿)구 야라이초(矢來町)의 부지 약 6100㎡를 한국에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곳은 내년 3월까지 신주쿠구에 무상 대여돼 현재 구립 초등학교의 임시 건물로 사용 중이다. 고이케는 이곳을 보육원이나 고령자 대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우파 세력이 보육 대란을 내세워 대여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

고이케는 효고(兵庫)현 출신으로 1970~80년대 뉴스캐스터로 활약했다. 이집트 카이로대에 유학해 아랍어에 능통하다. 정계엔 92년 입문했다.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만든 일본신당에 들어가 참의원 의원에 처음으로 당선됐다. 이후 신진당ㆍ자유당ㆍ보수당을 거쳐 2002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중의원 8선이지만 정계 실력자를 따라 당을 옮겨다녀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방위상ㆍ환경상과 오키나와ㆍ북방영토 담당상을 지냈으며, 자민당 총무회장도 역임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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