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 속으로] “뱀들아, 네 발은 어딨니?”…상상력 자극하는 ‘카툰 동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기사 이미지

새로운 형식의 동시집이 나왔다. 시와 카툰을 결합한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최승호 시, 백로라 말풍선, 윤정주 그림, 문학동네, 72쪽, 1만2800원)다. 최승호 시인이 치타·달팽이·소금쟁이·멍게 등 동물을 주인공 삼아 쓴 동시에 공연 연출·평론가인 백로라 숭실대 교수가 카툰을 붙였다.

“바닷가재야/수염 좀 얼른 깎아/나 배고파//가만히 계세요/수염 다 깎으려면/천 년 걸립니다”(‘흰수염고래 수염 깎기’)란 시 옆에 새우와 옥수수가 앉아 “저는 수염이 두 개밖에 안 돼요. 저 먼저 깎아주세요” “제 헝클어진 수염 좀 다 뜯어주세요”라며 재촉하는 식이다. “지네 할아버지가/엄청나게 많은 구두를 끌고 오네요/담비야, 구두 좀 고쳐 줄래?/할아버지, 구두 다 버리세요/그냥 맨발로 다니세요”(‘구두수선공 담비’)란 시는 “네 발 어딨어?”를 묻고 답하는 뱀들의 카툰으로 이어진다. 엉뚱한 웃음을 자아내는 카툰 덕에 시를 한 번 더 되새겨 읽게 된다. 상상력을 맘껏 펼친다는 게 뭔지 절로 알게 되는 효과도 크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