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식의 동시집이 나왔다. 시와 카툰을 결합한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최승호 시, 백로라 말풍선, 윤정주 그림, 문학동네, 72쪽, 1만2800원)다. 최승호 시인이 치타·달팽이·소금쟁이·멍게 등 동물을 주인공 삼아 쓴 동시에 공연 연출·평론가인 백로라 숭실대 교수가 카툰을 붙였다.
“바닷가재야/수염 좀 얼른 깎아/나 배고파//가만히 계세요/수염 다 깎으려면/천 년 걸립니다”(‘흰수염고래 수염 깎기’)란 시 옆에 새우와 옥수수가 앉아 “저는 수염이 두 개밖에 안 돼요. 저 먼저 깎아주세요” “제 헝클어진 수염 좀 다 뜯어주세요”라며 재촉하는 식이다. “지네 할아버지가/엄청나게 많은 구두를 끌고 오네요/담비야, 구두 좀 고쳐 줄래?/할아버지, 구두 다 버리세요/그냥 맨발로 다니세요”(‘구두수선공 담비’)란 시는 “네 발 어딨어?”를 묻고 답하는 뱀들의 카툰으로 이어진다. 엉뚱한 웃음을 자아내는 카툰 덕에 시를 한 번 더 되새겨 읽게 된다. 상상력을 맘껏 펼친다는 게 뭔지 절로 알게 되는 효과도 크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