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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을 보는 한국과 중국의 동상이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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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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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하나. 지난해 9월 중국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전용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했다”며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양국 간)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곧 자주적 평화통일을 말했지 흡수 방식의 통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둘.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주길 희망했다. 한·미 정상은 북한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중국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셋. 올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안 2270호 채택을 앞두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제재안을 지지할 테니 미국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추진하라고 요청했다. 케리 장관은 동의했다. 한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이 북·미 대화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며 섭섭해했다.

지난 1년 동안 한·중 사이에 일어났던 세 번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공식 발표 전인 지난달 난카이(南開)대에서 열린 ‘김정은 시대 북핵 문제와 한·중 협력’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 학자의 말이다. 참석해 직접 보니 중국 학자들의 대북 접촉은 폭과 심도가 넓고 깊었다. 국익만 걷어내면 북한의 실체에 가까웠다.

한 학자는 올 초부터 몰아친 북한의 핵·미사일 공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다. 북한은 어떤 문제를 일으켜도 미국의 무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핵 보유 2단계 전략에 따라 ‘동방의 핵대국’을 자처하면서 외교 공세를 펼쳤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교섭에 익숙해지도록 만들려는 시도다. 내년에는 북·미 수교 협상을 노린 외교전이 예상된다.”

중국 학자는 한결같이 미국을 불신했다. 한 교수는 “미국은 ‘말썽 국가’ 북한을 활용해 한·미, 미·일 동맹을 전례 없이 강화했다. 어느 정도 미국이 북한과 함께 북핵 문제를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북핵은 결국 중국의 안보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이 붕괴하면 300만 난민 발생이 예상된다. 적어도 200만 명이 중국으로 온다. 유럽의 난민은 비교할 수 없다. 북한 붕괴 이후가 지금보다 낫다면 왜 반대하겠나. 북핵은 중국에 국제 관계가 아닌 안보 문제다.”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비핵화 우선순위 표결에서 22명 대 20명으로 안정이 비핵화를 앞섰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국제 공조를 통한 압박으로 북한이 투항하거나 붕괴하도록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제재는 대화를 위한 수단일 뿐 북한 붕괴에 반대하는 중국과 다르다. 북한은 20여 년간 미·중, 한·중의 모순을 활용해 사실상 핵을 손에 넣었다. 사드에 이어 트럼프 혹은 힐러리의 미국이 곧 북핵 방정식에 합류한다. 동상이몽으로 동북아 평화는 오지 않는다. 2인3각(二人三脚)·구동존이(求同存異) 방식의 해법이 필요할 때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