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달의 예술 - 음악

슬픔의 노래, 치유의 노래

중앙일보

입력 2016.07.30 00:01

업데이트 2016.07.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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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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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영
음악학자·한양대 교수

사람들은 슬퍼하고, 그 슬픔을 노래한다. 슬픔을 기억하려고, 전하려고, 공감하려고, 넘어서려고 노래한다. 서울시 오페라단이 새로 기획한 ‘현대 오페라 시리즈’의 첫 작품, ‘도요새의 강’(27~30일)은 바로 그 슬픔의 노래다. 오페라는 아이를 잃어 미쳐버린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깊은 슬픔과 공감 속에서 아이의 환상을 보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슬픔이라는 보편적 감정과 그것의 치유라는 고전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오페라 ‘도요새의 강’

그러나 노래하는 방식은 다소 낯설다. 우리가 대중음악이나 아니면 고전, 낭만주의 음악에서 기대하는 뻔한 방식이 아니라 독특한 음향으로 슬픔을 노래한다. 이 오페라의 독특한 음향은 오페라를 작곡한 벤저민 브리튼의 다양한 경험 때문이다. 20세기를 살아간 현대작곡가라는 점, 주제부터 음향까지 두루 스며든 일본 전통음악극 노(能)의 영향, 그리고 서구의 뿌리깊은 기독교 맥락(중세 성가)이 이 오페라의 음향을 결정하고 있다. 슬픔을 노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편적인 것과는 달리 슬픔을 노래하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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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초연된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76)의 오페라 ‘도요새의 강’. [사진 세종문화회관]

이 오페라가 전하는 바는, 그러나 그저 슬픔을 전하는 독특한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그 슬픔이 어떻게 소통되고 공감되고 치유되는가 하는 데까지 가 닿는다. 오페라 첫 부분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너무나 절절하여, 생생하지만 소통되지 못하는 절규에 머무른다. 소통되지 못하는 이 소리는 그저 소음일 뿐이다. 공감받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미친 사람일 뿐이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처음에는 아이를 잃은 여인의 절규를 알아 듣지 못하고 그저 그를 미친 여인 취급한다. 반전은 그 여인을 자기들이 타고 있는 배에 같이 태우기로 결정하는 순간 일어난다. 그 여인의 절규에 관심을 갖는 순간, 그 여인을 저 밖에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과 같은 배에 태우는 순간, 그 슬픔에 귀 기울기 시작하는 순간에.

절정은 여인의 절규가 수도사들의 성가와 어우러지는 부분이다. 여전히 여인은 울부짖고 있는데, 그래서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든데, 수도사들은 그 소리를 감싸 안으며 성가를 부른다. 아이가 여전히 살아있는지 도요새들에게 묻는 여인의 노래를, 더 이상 수도사들은 미친 소리로, 시끄러운 소리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노래에 깊이 공감하면서 그 여인을 위로하는 기도를 노래한다. 작곡가가 따로 사용했던 이질적 요소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고, 미친 것으로 여겨 내팽개쳤던 소리가 경청해야 할 소리로 바뀌는 순간이고, 소음으로 여겨졌던 한 개인의 소리가 우리들의 기도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때 기적이 일어난다.

이번 작품은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감이다. 슬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남의 소리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호소다. 그리고 슬퍼하지만 결국 그것을 노래하고 마는 사람들을 위한 격려다.

정경영 음악학자·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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