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용산공원, 미래를 보여주는 국민 정원으로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기사 이미지

정광균
주이집트 대사

용산공원 개발이 담고 있는 의미는 다양하고 묵직하다.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고 서울의 중심인 그 자리에 우리의 국가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민족적 자긍심이 고양되는 역사적인 기회다. 그동안 용산 기지는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뒤 민족성·역사성과 문화성을 조화시키는 콘텐트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사실이다.

휴식 즐기는 녹색 오아시스이자
에코시티 ‘서울’의 상징 됐으면
외국인 매료시킬 다양성 갖춰
국가 이미지 향상에 기여해야

용산공원은 뚜렷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 세계 대도시 가운데 용산공원처럼 새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곳은 쉽사리 찾기 어렵다. 용산공원 활용 방안과 관련해 경찰박물관·여성사박물관·스포테인센터·보훈상징조형센터 등 8개 시설 설립계획이 재검토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일단 시행이 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국가적 사업이기에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

용산공원의 개발 규모는 약 243만㎡에 달한다. 340만㎡ 정도인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97만㎡(30만 평)가량 작다. 하지만 용산공원은 센트럴파크처럼 인공적으로 만든 직사각형이 아니다. 자연의 굴곡을 그대로 담고 있는 땅이기 때문에 공원 내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공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용산공원은 ‘휴식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서울시민을 포함한 우리 국민들은 한국전의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성장을 이루기까지 숨 쉴 틈 없이 살아왔다. 그런 국민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의미를 상징적인 공원이 담아야 한다. 필자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근무할 때 동포들에게 의미심장한 유머를 들었다.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고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당’”이라는 말이다. 한국에서의 삶은 재미있지만 지옥처럼 힘들고 캐나다는 재미는 없어도 국기의 붉은 단풍잎처럼 천혜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천국 같은 나라라는 의미다.

기사 이미지

지금 내가 근무하는 이집트는 사막국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연꽃 모양의 나일강 유역만 녹색지대이고 사막이 전 국토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힘내, 사막은 아름다운 곳이야. 이 안에 오아시스가 숨어 있거든”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곳이다. 서울은 ‘콘크리트 정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중심에 ‘오아시스’ 같은 생태공원이 조성된다면 시민들의 쾌적한 쉼터가 되고 에코시티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용산공원이 만들어지면 분명 세계적인 뉴스가 될 것이다.

‘정원의 도시’로 불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도인 빅토리아엔 아름다운 꽃 정원인 ‘부처트 가든’(Butchart Garden)이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명물은 ‘철학가의 길(Philosophenweg)’로 이름 붙여진 산책로다. 시민들이 도심에서 최단 시간에 자연으로 탈출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휴식을 취하고 가족들과 피크닉을 즐기면서 삶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둘째, 외국 관광객도 즐겨 찾는 세계적인 공원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연간 2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자연미를 잘 살린 녹지와 볼거리가 조화를 이룬 영국의 하이드파크나 리젠트파크,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 정원도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파리의 뤽상부르공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미라벨정원,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동화 속 마을’ 같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도 전 세계 관광객이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다. 이 공원들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관광수입을 안겨주는 동시에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용산공원에도 한국의 아름다운 연못과 정자, 조형물이 조화 있게 어우러지는 전통 정원을 국제 감각에 맞게 조성한다면 세계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공원 내에 정보기술(IT)과 한류 전시관이나 박물관처럼 미래 한국의 가치와 비전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을 가미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외 공연 음악당이나 노천극장,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 같은 ‘문화 거리, 문화 광장’을 조성해 문화를 진작시키고 국민행복을 위한 문화융성을 도모하면 좋겠다.

유럽의 유명한 공원은 대부분 궁전이나 사원의 정원으로 시작된 것이 많다. 전 세계 공원들의 모델이 된 런던의 하이드파크도 웨스트민스터 대사원의 소유였다가 1670년에 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1858년 착수해 16년 만인 1873년에 1차 완공이 이뤄졌다. 북쪽 지역은 20세기 초에 추가로 조성됐는데 수목이 어느 정도 자란 15년이 지나 시민들의 공원 입장을 허용할 정도로 신중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추진됐다고 한다. 국민 모두의 자산인 용산공원도 신중하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세계적인 휴식 공간이자 한국 관광 진흥과 문화융성에 도움을 주는 명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광균 주이집트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