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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개미떼 지진 전조?…실제론 바다 아닌 산으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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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21일)과 울산(23일)에서 시작된 ‘미스터리 가스 냄새’를 둘러싼 궁금증과 의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광속으로 번지면서 각종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지난 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한 이후라 미스터리 가스가 대지진의 전조라는 억측까지 만들어냈다.

곤충·환경 등 전문가들 Q&A
거의 매년 광안리서 개미 사체 발견
지진 때 나오는 라돈은 냄새 안 나
LP가스 냄새 첨가제 유출 가능성
거제서 잡힌 건 갈치 아닌 투라치
연근해에 두루 살고 있는 어종
“정보 정확히 알리면 괴담 설 땅 없어”

마침 영화 ‘부산행’이 흥행 기록을 경신하는 와중에 ‘부산발’ 괴담이 초특급 납량특집물처럼 전국 각지로 불안과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 특히 23일부터 일부 SNS에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개미떼 출현 동영상과 사진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고리원전 이상징후, 북한의 미사일 테러,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 여파 등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다.

부산시는 원인 규명에 실패했고 급기야 25일 국민안전처에 SOS를 쳤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지질학자·곤충학자·생물학자·사회학자·정신의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괴담의 진위를 하나씩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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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전조 현상이라며 SNS에 떠돈 광안리해수욕장의 개미떼(점선). 역시 지진과 무관하다. 죽은 개미떼는 거의 해마다 발견된다. [사진 새거제신문·뉴시스·YTN영상캡처]

지진이 나기 전에 개미떼가 출현하나.
비가 내려 개미집이 침수될 우려가 있거나 먹이를 얻기 위해, 새로운 여왕개미가 분가했을 때, 다른 종과 싸울때 개미떼가 이동한다. 지진과는 관련 없어 보인다.(개미연구 권위자인 김병진 원광대 명예교수)
왜 개미떼가 백사장에 나타났나.
지진이 날 경우 개미는 산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생명에 위협적인 소금기가 많은 백사장으로는 가지 않는다. 해수욕장에 음식찌꺼기·과일껍질 등이 있어 먹이활동을 하러 갔을 수는 있다. 지진 전조 현상이라면 곤충보다 더 민감한 갈매기·비둘기 등이 특정방향으로 무리 지어 날아간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학과 교수)
과거에도 광안리 에서 개미떼를 봤나.
이번처럼 거의 해마다 죽은 개미 사체가 해수욕장에서 대거 발견된다. 장마 직후인 이맘때쯤 광안대교 불빛을 보고 찾아든 날개미떼가 교미를 하고 바다에 떨어져 파도에 밀려온 것이다.(광안리 해수욕장 관리하는 수영구 손정완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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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 주관으로 26일 열린 회의에서 부산·울산 지역 공무원들이 가스 냄새 신고 지역이표시된 지도를 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새거제신문·뉴시스·YTN영상캡처]

가스 냄새도 지진 전조 현상인가.
지진과 관련 있는 가스는 라돈인데 냄새나 색깔이 없어 인간이 감지할 수 없다. 가스냄새를 지진과 연관 짓는 것은 터무니없다.(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그렇다면 가스 냄새의 정체는 무엇인가.
21일 오후 6시쯤 연구실에서 직접 냄새를 맡았다. LP가스 등의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넣는 부취제가 충전소·가압장 등지에서 상당량 유출됐을 것으로 판단한다.(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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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에서 대형 갈치가 잡혔고 이상징조라는 말이 돌았다. 갈치가 아니라 투라치라는 어종이고 지진과는 무관하다. [사진 새거제신문·뉴시스·YTN영상캡처]

23일 경남 거제의 구조라해수욕장에서 1.7m짜리 산갈치가 잡혔다던데.
심해에서 사는 대형 산갈치(6~7m)가 아니라 연근해 수심 100m에 두루 분포하는 투라치라는 어종이다. 여름철 수온과 해류 변화로 투라치가 연안에 떠밀려 와서 죽는 경우가 가끔 있다. 지진 징조와 무관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박정호 박사)
지진 괴담은 왜 생겼나.
지난달 규모 5.0 울산 지진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안전에 대한 과민반응은 사회지도층 비리 등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다 보니 아무도 내 안전을 책임져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공포가 극대화된 결과다.(윤상우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
괴담이 증폭되는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가 굉장히 복잡하고 불안정하다. 한국인들의 마음도 굉장히 불안정한 면이 많다. 이렇다 보니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회환경적인 문제에 집단적으로도 불안정하게 반응한다.(이병대 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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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인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도시괴담’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불안감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박정식 아주대 의료인문융합콘텐츠센터 교수)
근본 대책은 없나.
정부와 자치단체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객관적 정보로 시민과 적극 소통해 신뢰가 형성되면 괴담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김명찬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부산=황선윤·강승우, 수원=김민욱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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