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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기본은 참신한 아이디어…카리스마·말솜씨보다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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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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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 기업가로서 줄곧 성공가도를 달린 비결을 묻자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지 살폈던 것”을 꼽았다. [사진 21세기북스]

“인터넷 덕분에 대중 연설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 청중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크리스 앤더슨 대표 『테드 토크』 펴내
“프리젠테이션은 21세기 생존 기술
아이디어는 자신 삶·경험서 찾아야”
18분 분량 외우려면 5~6시간 걸려
헐렁한 옷보다 딱 맞는 옷 좋고
1시간 전쯤 음식 먹어야 긴장 덜해

세계적인 지식강연 콘텐트 열풍을 불러온 TED의 대표·수석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59)의 말이다. 미디어 기업을 운영했던 앤더슨은 2001년 소수 엘리트들의 콘퍼런스 행사였던 TED 운영권을 인수해 세계적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키웠다. 굳이 명망가가 아니더라도 공개 강연 무대에 섰고, 자신만의 경험에 기초한 솔직한 얘기와 아이디어들로 공감을 끌어냈다.

그의 책 『테드 토크』(21세기북스)가 나왔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첫 출간된 지 넉 달 만이다. 부제가 ‘TED 공식 프리젠테이션 가이드’. TED의 연설 비법을 모은 셈이다. 22일 미국 뉴욕의 사무실에 있는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앤더슨은 “분쟁과 긴장의 시대다. 국가·종교·계급을 넘어 꿈과 열정을 나누는 대중 연설(public speaking)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말문을 뗐다. “명석한 사람들이 자신감과 노하우 부족으로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지 못한다면 그건 인류의 비극”이란 생각이 그가 15년 간 쌓인 TED의 강연 노하우를 낱낱이 털어놓은 이유다. 그는 “프리젠테이션 기술은 21세기의 생존 기술”이라며 “당신이 말을 할 줄 안다면 흥미로운 것을 나눠야 할 것이고, 그것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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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토크』의 조언은 구체적이다. ‘연설의 기회를 얻게 돼 감개무량하다’는 식의 하나마나한 얘기로 청중의 주의를 흐트러뜨려선 안된다고 당부하고, TED 제한시간인 18분 분량의 연설을 모두 외우려면 5∼6시간 정도 걸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 헐렁한 옷보다 딱 맞는 옷이 좋고, 연설 1시간 전쯤 음식을 먹어 뱃속을 채우면 긴장감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심지어 프리젠테이션 시각자료에 어울리는 글씨체도 추천했다. “헬베티카나 에어리얼 같은 중간 정도 두께의 산세리프체(획의 삐침이 없는 글씨체)”란 것이다. 사례도 여럿 들었다. 연설 첫 문장으로 청중을 사로잡은 예로 코미디언 메이순 자이드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TED 강연 ‘내겐 99가지 문제가 있어요, 뇌성마비는 그 중 하나일 뿐’과 ‘아이들에게 음식교육을 시켜라’를 소개했다.

하지만 앤더슨은 “『테드 토크』를 연설교본으로 삼지 말라”고 못박았다. “책의 여러 충고들을 법칙(rule)이 아닌 도구(tool)로 삼아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참신함(freshness)이 훌륭한 연설의 결정적 요소이고, 인간은 똑같은 것에 쉽게 싫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연설은 글보다 강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글은 단어를 전달하지만, 연설은 눈빛과 목소리를 통해 열정과 영감과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중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나 카리스마, 유려한 언어 구사력이 아니라 ‘공유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이는 TED의 모토(‘Idea Worth Spreading’)이기도 하다. “그 아이디어를 각자 자신의 삶과 경험에서 찾아라. 잘 알려진 명연설 대부분은 개인적인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TED는 매년 한차례 캐나다 밴쿠버(2013년까지는 미국에서 개최)에서 열린다. 지난 2월 열린 ‘TED 2016’에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70여 명의 연사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했다. 현장 강연을 들으려면 무려 8500달러(약 966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하지만, 인터넷에선 TED의 모든 강연을 공짜로 볼 수 있다.

앤더슨은 TED의 가치를 “지식의 연결”에서 찾았다. “맥락에서의 지식, 더 큰 그림에서의 지식을 이해하게 하는 장”으로서의 가치다. 그는 “기계가 모든 전문 분야에서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나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해법을 찾으려면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람다워야 한다”고 했다. 또 “인류의 미래가 잘못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생각’해내는 게 중요한 이슈”라며 “반복 작업을 위한 전문 지식 쌓기에서 벗어나 더 전략적·혁신적·창의적이여야 하고, 인간 고유의 가치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앤더슨=TED 대표이자 수석 큐레이터. 1957년 파키스탄에서 출생. 의료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인도·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물리학·철학을 공부했고, 85년 미디어 기업을 차려 ‘비즈니스 2.0’을 비롯한 130여 종의 잡지와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2001년 TED 콘퍼런스 운영권을 인수한 뒤 2006년부터 TED의 모든 강연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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