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에 차이나머니의 위세가 더 강해졌다. 중국 최대 부호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이끄는 완다그룹이 미국 내 4위 영화관 체인업체인 카마이크를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25일(현지시간) 완다그룹의 자회사인 AMC엔터테인먼트(AMC)는 카마이크 인수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지 4개월 만이다. 종전까지 카마이크 이사회는 너무 낮은 가격에 자사 지분을 넘긴다며 두 번이나 인수를 거부했다. 이사회의 반발에 인수가를 약 10% 올린 완다그룹은 12억 달러를 제시했고, 결국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냈다. 인수 합병 절차는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완다그룹이 AMC와 카마이크를 통합하면 미국 영화 상영관 체인 1위인 리걸엔터테인먼트를 제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MC와 카마이크의 미국 내 보유 영화관 수는 각각 5426개(미국 2위), 2954개(4위)다. 둘을 합치면 8380개로, 7361개를 보유한 리걸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선다.
영화 상영관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발을 넓히고 있다. 완다그룹은 '다크나이트', '쥬라기월드' 등을 제작한 미국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레전더리)를 지난 1월 35억 달러(약 3조9700억원)에 인수했다. 레전더리는 5월 완다그룹 계열사인 완다시네마 산하로 재편됐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미디어그룹 바이어컴과 영화사 파라마운트픽쳐스 지분 49% 인수를 두고 협상 중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왕 회장은 올들어 그룹 창립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을 사냥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왕 회장이 올해 추진한 인수합병(M&A) 규모는 160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완다그룹이 주력사업을 부동산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부동산 매출의존도를 50%로 줄이고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왕 회장의 엔터테인먼트 제국 건설은 중국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 구오타이주난증권의 부동산 애널리스트 리우페이판은 “중국 경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해왔지만 최근 중앙 정부는 소비주도 경제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어 부동산을 비롯한 기존 산업에서는 고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왕 회장은) 중국 중산층의 수요로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새로운 호황 산업으로 떠오른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