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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탈퇴 검토"…트럼프, 세계 무역질서 파괴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모든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주장해왔으나 무역 질서 전반을 관장하는 WTO 체제를 탈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미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자신의 보호 무역 정책에 대해 설명하며 "(에어컨 제조업체)캐리어처럼 생산 공장을 국외에 두고 있는 기업이 미국에 물건을 판매하려 하면 15~35%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율이 결정된 건 아니다.

또 회사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캐리어는 트럼프가 NAFTA 반대 등 보호 무역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하는 사례다. 캐리어는 올해 초 미 인디애나주 생산 시설을 멕시코로 이전하면서 근로자 14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프로그램 진행자 척 토드가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이런 조치는 WTO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상관없다. 만약 그렇게 되면 (WTO) 재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WTO와 NAFTA는 미국에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WTO 탈퇴는)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처럼 세계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진행자의 지적에는 "지금 (세계)주식시장은 브렉시트 결정 당시보다 더 올라갔다. 나는 브렉시트도 예상한 사람"이라고 답변했다.

트럼프는 지난 21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한미 FTA 등 무역협정을 비판하면서 보호무역을 주창했다. 트럼프는 "나의 경쟁자(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는 실질적으로 미국의 중산층을 파괴하는 모든 무역협정을 지지했다. 그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지지했다. TPP는 우리는 제조업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외국 정부의 결정에 종속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5년 1월 발족한 WTO는 자유 무역 활성화와 시장 개방 위주의 국제 무역 질서를 정착시켰다. 한국·미국·중국 등 163개국이 가입해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트럼프를 비난했다. 그는 CBS방송에 출연해 “이슬람 이민 희망자들에게 종교 테스트를 해야 한다거나, 이들을 검증해야 한다는 트럼프 진영의 제안은 미국의 가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을 공격할 때 미국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도와줄지 결정하겠다”고 한 트럼프 발언에 대해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미국 대외 정책의 근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손해라고 주장하는)한국과 일본은 실제로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동맹이다. 트럼프가 바로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현존하는 유일한 위험”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유명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미시간·오하이오 등 중서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유권자들을 겨냥해 힐러리의 FTA와 TPP 지지 정책을 공격하는 작전이 먹힐 것"이라며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예측했다.

이유정·김준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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