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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판 조승희 사건…나흘만에 또다시 테러, 공포 휩싸인 독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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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의 쇼핑 센터에서 18세 이란·독일 이중국적자가 총기를 난사했다. 자살한 총격범 포함 10명이 사망했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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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독일에서 또다시 테러가 발생했다. 이번엔 독일 남부 도시 뮌헨이다.

최근 9일새 유럽에서만 세번째 테러사건이다.

지난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통근열차에서 17세의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도끼를 휘둘러 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고, 14일엔 튀니지계 프랑스 남성이 프랑스 니스에서 군중을 향해 트럭을 몰아 84명의 희생자를 냈다.

뮌헨 테러는 한가로운 금요일 늦은 오후에 발생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오후 5시50분쯤 뮌헨 도심 올림피아쇼핑센터 옆 맥도널드 건물에서 검은 옷 차림의 남성 1명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며 거리로 나왔다. 주말을 앞두고 한가로웠던 거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사고 현장 근처 쇼핑몰에서 일하는 린 스타인은 "6∼7발의 총성을 들었다"며 "사람들이 굉장한 혼돈상태에 휩싸였고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자신을 로레타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CNN에 "사건 발생 당시 아들이 맥도날드 화장실에 용의자와 함께 있었다"며 "화장실에 그의 총이 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총격으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1명의 부상자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부상자 중 최소 3명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테러범은 현장에서 도망쳤고, 독일 무장경찰들의 범인 추격전이 벌어졌다. 거리엔 소총을 든 군인과 경찰이 도로의 자동차와 시민들을 통제하고 범인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리고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전을 벌여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사건 2시간 반이 지난 뒤 인근 도로에서 용의자의 시신 1구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경찰은 범인이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총을 쏴 자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는 뮌헨에서 나고 자란 18살 이란계 독일인인 데이비드 S라고 밝혔다. 이란과 독일 시민권을 갖고 있는 이였다. 목격자는 범인이 매우 큰 목소리로 반 외국인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고도 했다.

경찰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동기는 없다"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슬람국가(IS)에 경도된 인물은 아니란 얘기다. 경찰은 "범인의 방과 소지품을 조사한 결과 테러단체 관련 단서는 없었다"며 "그러나 대량 살상이나 '학생이 왜 살인하나' 등을 찾은 기록은 발견했다"고 말했다. 과거 폭력 사건의 피해자였으며 우울증 등 정신병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범인이 자살 직전 한 남자와 주차장에서 설전을 벌이는 과정이 촬영된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범인은 "7년 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며 "나는 독일인"이라고 말했다.

독일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18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뷔츠부르크에서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이슬람국가(IS)에 경도된 17살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통근열차 도끼 테러 사건이 일어난지 나흘만에 발생한 것이어서다. 더군다나 10대 청소년이 총기와 300발 가까운 총알을 구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경악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 독일 총리실은 긴급회의를 열었으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독일 총격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에 깊은 위로를 표시했으며 독일이 수사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도 "테러가 시민 삶의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며 " 이 땅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미국 워싱턴에선 IS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30여개국 국방장관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IS가 세계적 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럽 각지에서 IS 혹은 그 추종자들이 자행하는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엔 방글라데시에서 IS로 보이는 테러범들이 외국인 인질 20여명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올림픽 개막을 2주 앞두고 브라질에서도 테러를 모의하던 10개 그룹을 체포하는 등 각국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테러가 심각한 이슈로 거론된 적이 두차례 있다. 1970년대 말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해방운동이 한창인 시기였다. 당시 유엔은 테러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두 지역 문제를 논의했다. 두번째는 알카에다에 의한 9.11 테러 직후였다. 안보리는 2001년 9.11 테러 발생 2주 후 테러방지법을 제정했다.

국제사회는 최근 IS 등 무장단체에 의해 자행되는 테러를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과 인종, 대상을 가리지 않는 점과 잔학한 테러 양상, 희생자의 규모 등을 감안하면 과거의 테러와는 또다른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서울=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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