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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깜깜이' 난민신청자 생계비 지급 거부에…법원은 "위법"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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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failed to receive the living expensives.(당신은 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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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법무부에 난민 인정을 신청하면서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던 에티오피아 여성 A씨는 1년 남짓 흐른 지난 8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2014년 10월 입국한 A씨는 난민 인정 신청 당시 임신 중이어서 생계비 지원이 절실했지만 거절된 영문도 알 수 없었다. 메시지에 거절 이유가 전혀 나와 있지 않아서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부장 홍진호)는 A씨에 대한 법무부의 생계비 지원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처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생계비 지원 거부 통보도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받는 처분”이라며 “이 거부 통보에는 왜 지원이 거부됐는지 근거가 기재되지 않아 A씨는 거부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법무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문자 메시지로 거부 통보를 한 것도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 제24조는 행정처분은 문서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은 절차적 이유를 들어 생계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했지만 더 큰 문제는 A씨는 자신이 생계비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스스로 가늠할 길이 없다는 데 있다.

난민법은 “법무부장관은 난민신청자에게 6개월 범위 내에서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다”(40조)고 하고 생계비 지원신청의 절차를 정하고는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 신청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다. 다만 “난민신청자의 국내 체류기간, 취업활동 여부, 생활여건 등 고려해 법무부장관이 정한다”고만 돼 있을 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같은 문자제시지를 받는 사람들은 법무부 내부 기준에 따른 평가 점수에 미달하는 사람이다.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지만 기준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판 취지에 따라 생계비 거부 통지의 방법을 개선할 순 있지만 지급 기준을 공개하는 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A씨를 대리한 공익법 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난민 신청자들은 자신이 지원 대상에 해당되는지 예측할 수 없고, 자신의 어떤 상황을 제시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생계비 지원을 신청해 왔다”며 “최소한 신청자가 자신의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를 예측 가능할 정도로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장혁ㆍ정혁준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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