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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추억 속 미래 소리, 테레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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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민은 1920년 러시아 과학자 레온 테레민이 개발한 전자악기입니다.

연주자 오른쪽에 위로 향한 피치 안테나, 왼쪽에는 둥글게 볼륨 안테나가 있습니다.

오른손을 피치 안테나에 가까이 댈수록 고음이 나고, 왼손을 볼륨 안테나에서 멀리할수록 큰 소리가 납니다. 접촉 없이 연주하고, 소리는 바이올린과 첼로, 성악을 합친 것 같습니다.

동영상 속 테레민 연주자 클라라 로크모어는 1911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클라라는 바이올린 신동이었습니다. 다섯 살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해 하이페츠, 밀스타인의 스승인 레오폴드 아우어에게 배웠습니다.

그러던 중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어린 시절 영양실조로 인해서 뼈에 문제가 생긴 클라라는 10대 때 그토록 매진해왔던 바이올린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녀에게 한 줄기 구원의 빛이 있었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전자악기 테레민이었죠.

제자와 스승으로 만난 클라라와 테레민 박사는 한때 연인이었다 합니다(결혼은 다른 남자와 했지만요). 클라라는 최고의 테레민 연주자가 됐죠.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던 클라라는 음과 음 사이 반음까지도 명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어린시절 테레민을 가지고 놀았던 로버트 무그는 나중에 무그 신시사이저를 발명합니다. 1970년대 아트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죠.

테레민 사운드는 과거 흑백영화에서 그렸던 미래의 모습 같습니다. 로크모어의 연주를 들으며 미래를 품었던 추억, 과거 속 미래를 떠올려 보시죠. 첼로곡으로 유명한 생상스의 ‘백조’입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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