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퇴직 임박해선 효과 적다, 회사는 신입부터 은퇴교육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사 이미지

지난 8일 서울 가산동 CJ푸드빌 상생교육센터에서 은퇴자들이 양정수 셰프(검은색 옷)로부터 이탈리안 요리를 배우고 있다. CJ를 은퇴하는 사람은 물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지난 8일 서울 가산동 CJ푸드빌 상생협력센터. 제빵 수업이 진행되는 이곳에선 나이 지긋한 48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직은 밀가루 반죽이 어색한 60대 남성의 눈빛도, 마음만큼은 고사리손의 어린이와 같은 50대 여성의 손길도 진지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기업도 재취업 플랜 적극 짜라
롯데·현대 등 ‘은퇴자 스쿨’ 열어
CJ푸드빌,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
삼성전자, 교육 후 88%가 재취업
외국은 입사부터 생애경력관리
재산축적·인간관계까지 교육

수강생인 임철수(47·경기 동탄)씨는 LG전자에 1995년 들어갔다. LG그룹 사내벤처와 정보기술(IT) 벤처기업 등을 거쳐 2004년 필리핀 세부로 이주했다. 세부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만 10년 만인 2014년 폐업했다. 돌아온 임씨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날 비프 콘소메, 양송이 수프 등의 요리를 배웠다. “내년쯤 오너셰프로 창업을 한 뒤 지점까지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CJ푸드빌이 고용노동부와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의 제2인생 설계를 지원하려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은퇴 예정인 CJ 임직원은 물론 일반인도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카페 ▶베이커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3개 과정이다. 지난 2년7개월간 641명이 거쳐 갔다.

최근 들어 기업이 만든 ‘은퇴자 스쿨’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가 대표적이다. ‘퇴직자에게 새로운 기회, 재직 임직원에게는 미래 준비’라는 모토로 2001년 설립됐다. 이곳을 거쳐 간 5500명 중 87.7%인 4823명이 재취업했다. 이곳에선 ▶퇴직임원 ▶전직실행 ▶창업지원 ▶귀농·귀촌 등 4종류의 과정을 운영 중이다.

임원 프로그램은 한평생 ‘삼성 임원’ 하나만 보고 달려왔던 사람들을 위한 재교육이다. 일·재무·인간관계· 여가·건강 등 인생 2막을 종합적으로 돌아보는 훈련을 한다. 전직실행 프로그램은 차장·부장 등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전 교육이다. 성공적인 전직 전략에 대한 강의를 듣는 한편 이력서 작성 훈련도 한다. 창업 계획을 수립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걸 도와주고, 귀농·귀촌을 위해 농사의 이론과 실습 과정을 제공한다. 채수연 삼성전자 차장은 “단순한 재취업 일자리 알아보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퇴직 임직원별 일대일 맞춤식 교육·상담·재취업매칭 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 대부분이 은퇴자나 은퇴예정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은 생애 경력관리 중심으로 운영한다. 입사 초기부터 해당 연령대에 유용한 경력 쌓기와 관리, 사회적 관계형성, 재산축적 등을 돕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수준까지 고려하는 기업은 없는 실정이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정년퇴직 예정자를 위한 ‘은퇴설계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무관리·건강관리·은퇴 후 삶의 자세 등을 조언한다. 전국 각 지점 지정 병원에선 퇴직예정자 본인과 배우자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주준식 롯데백화점 사원복지팀장은 “한평생 몸담았던 퇴직자들에 대한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울산공장에 HMC 퇴직지원센터를 열었다. 정년퇴직 5년 전부터 은퇴 준비 교육을 하고, 정년을 1년 앞둔 근로자에게는 변화관리·인생설계 등의 강좌와 수시 진로상담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2700명이 거쳐 갔다. 현대중공업도 2013년부터 인재개발원에서 정년퇴직 예정 직원에게 은퇴설계 지원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는 ‘58년 개띠’라 불리는 1958년생 1100여 명이 수강한다.

SK그룹의 ‘SK 아너스 라운지’ 프로그램은 임원 출신 퇴직자에게 집무실을 지원하고 재무상담·창업지원을 겸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교육보다 예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관련 기사
① 대기업 경력 버리니 일자리가…
② 적성검사 덕에…31년 철강맨 김광선씨 크레인 몬다
③ 30대엔 저축, 40대 연금, 50대 건강…브리지스톤, 연령별 맞춤 교육



조준모 성균관대(경제학) 교수는 “최근 기업이 인생 2막을 준비하도록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은퇴에 임박해선 효과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은퇴나 은퇴예정자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정부와 함께 운용하고, 근로자 전체에 대해서는 생애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신입사원 때부터 재무 등 각종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퇴시대 홈피 새단장…재테크·재취업·연금·귀농 정보 다 있습니다

중앙일보 ‘반퇴시대’ 홈페이지가 새 단장을 했습니다. 퇴직하고도 구직시장을 떠날 수 없는 반퇴시대. 행복한 인생 2막을 열 알찬 정보로 채웠습니다. ‘반퇴테크’에선 든든한 노후 보장을 위한 재테크 정보를, ‘헬스&라이프’에선 건강한 삶과 멋진 삶을 위한 노하우를, ‘경력리모델링’에선 재취업이나 재교육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시를 떠나고 싶으면 ‘전원힐링’에서 낭만적인 전원 생활을, ‘귀농·어·촌’에선 자연과 함께하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특별취재팀=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이현택·김성희·장원석 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