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출산 장려에 써도 고갈 시점 못 늦춰”

중앙일보

입력 2016.07.20 01:47

업데이트 2016.07.2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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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저출산 대책에 투자해도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연구원 ‘더민주 개정안’ 분석
기금으로 임대주택·보육시설 투자
출산율 0.2명 올려도 적자 못 메워
“보험료 올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 ‘출산율 제고의 국민연금재정 안정화 기여수준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기금으로 10년간 국민안심채권 100조원어치를 매입해 임대주택·보육시설 등 공공부문에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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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위원은 2020년부터 매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이 당초 예상보다 0.1~0.2명 올라간다고 가정했다. 정부의 2013년 3차 재정계산에서 가정한 출산율은 2020년 1.35명, 2030년 1.41명, 2040년 1.42명이다. 출산율이 0.1명 올라간다고 가정할 경우 2040~2060년 20~40세가 되는 사람이 2040년 3만 2186명, 2060년 60만여 명이 늘어난다.

이들의 2040~2060년 보험료 수입(58조 6687억원)과 기금운용 수익(5조9631억원)은 64조6318억원이다. 만약 출산율이 0.2명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129조3000억원이 발생한다. 이는 연령별 국민연금 가입률, 임금상승률 등을 근거로 추정된 수치다. 하지만 이 추가 수익은 2059년 당해 연도 적자(358조900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 0.1명 증가할 경우 당해 적자의 16.3%, 0.2명이면 36%를 메울 수 있다. 기금 고갈 시기를 1년은커녕 넉 달 정도 늦추는 효과밖에 없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지난 13일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기금을 공공부문에 투자해서 주택난·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면 미래의 연금 납부금 확보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금 투자 효과는 실제 미미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해 말 512조원에서 2043년 2561조원까지 늘어나지만 연금지급액이 급속히 늘면서 2060년 고갈된다.

원 위원은 “국민연금기금이 채권을 추가로 매입하는 투자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을 지급하려면 국공채를 현금화해야 하는데, 2044년 이후 기금이 급격히 줄어들 시기에 원활하게 현금으로 바꾸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만기를 연장해서 채권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실질적인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는 마당에 국민안심채권을 새로 매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원 위원은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리는 게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오는 2018년 4차 재정계산 때 최소한 보험료율(현재 9%)이 2%포인트 올라가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에서 2070년으로 10년 늦춰진다.

국민연금은 출산율·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해 5년마다 재정을 새로 계산해서 제도를 개선하도록 돼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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