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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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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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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도불원인(道不遠人)
인무이국(人無異國)
- 최치원(857~?), ‘진감선사 비문’ 중에서

국적을 초월했던 신라 최치원
인간과 역사를 새로 일깨워줘

2013년 봄, 정부 일을 마치고 고향 경주로 왔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느라 고향을 떠난 지 40년 만이었다. 성묘나 경조사로 일 년에 두세 번 왔었지만 고향은 점점 낯설어진 세월이었다. 고향의 문화를 기반으로 세계문화엑스포를 한다는 자부심보다 낯선 고향에 대한 상념이 앞섰다. 은퇴 후 평생교육센터에서 신라 역사를 강의하시는 고교 때 역사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은 고운(孤雲) 최치원의 생애를 강의하고 계셨다. “도불원인(道不遠人) 인무이국(人無異國), 도는 사람과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다” “최치원 선생이 쌍계사 진감선사비에 쓴 명문은 국적과 사상을 초월하는 인간 정신의 보편성을 갈파하고 있다.”

대입 외우기 과목일 뿐이었던 역사 강의를 40년 후에 듣는 순간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였다. 당나라 ‘황소의 난’ 평정에 기여하며 중국에 이름을 드날린 최초의 글로벌 지식인 최치원 선생이 갈파한 ‘인무이국’ 정신으로 하면 엑스포 준비도, 출향인으로서 고향 정착도 잘 풀릴 것이라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청장년 시절을 보내고 떠나온 서울을 돌아보며 ‘인무이향(人無異鄕)’도 떠올렸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