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스트리트저널] ③ 연봉 8000만원의 행복, 그리고 테슬라

중앙일보

입력 2016.07.20 00:02

업데이트 2016.09.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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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보면 수형 생활 중인 여자 주인공이 동료에게 “행복은 연봉 7만5000달러(약 8500만원)에서 멈춘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연봉이 4000만원에서 5000만원, 5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높아질 땐 더 행복해지지만 8500만원이 넘으면 이전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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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臺詞)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한 것입니다. 디턴 교수는 2010년 프린스턴대 동료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함께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소논문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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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년 미국 전역의 46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갤럽 설문조사를 토대로 통계를 돌려봤더니 ‘소득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계속 높아졌지만 행복감은 연봉 7만5000달러에서 멈추더라’는 것입니다.

이 연구결과를 ‘연봉 8500만원이 넘으면 이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더라’라고 단순화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디턴 교수가 통계 작업의 근간으로 삼은 갤럽 조사는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을 나눠서 물어봤습니다.

만족도는 ‘지금 당신의 삶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나요’라고 묻고 ‘최악의 상태(0)’부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태(10)’ 사이에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반면 행복감은 ‘어제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다음과 같은 감정을 느꼈나요’를 묻고 ‘스트레스’‘행복’‘즐거움’‘근심’ 등을 선택지로 제시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만족도’가 더 정확한 행복의 척도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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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연구결과는 큰 반향을 가져왔습니다. 미국의 신용카드 처리업체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댄 프라이스 CEO는 지난해 직원 120명 중 연봉이 7만 달러 이하였던 30명의 연봉을 단숨에 7만 달러로 올렸습니다. (왜 7만5000달러가 아닌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디턴 교수의 연구결과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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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스 CEO는 110만 달러(약 12억5000만원)였던 자신의 연봉도 7만 달러로 삭감해 화제가 됐습니다. 일각에선 그가 다른 생각이 있어서 직원들의 연봉을 올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회사 지분 30%를 갖고 있는 그의 친형이 “댄이 수년 간 터무니 없이 높은 연봉을 챙겼다”며 소송을 낸 겁니다.

프라이스 CEO는 이달 초 이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소송 결과나 그의 진정한 동기(動機)가 무엇인지와는 상관없이 프라이스 CEO의 결정에 탄복한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직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에게 전기자동차 테슬라 한 대를 선물했습니다.

직원들이 ‘증정식’을 열자 프라이스 CEO는 감동해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디턴 교수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족도와 행복감 중 어느 것이 더 정책 기반으로 타당할지는 논의해봐야 한다. 하지만 이미 많이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그래픽=김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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