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바겐세일…큰손들 런던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6.07.20 00:01

업데이트 2016.07.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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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영국 사들이기’ .

싼값에 알짜 기업·부동산 사들여
소프트뱅크, ARM 인수에 이어
웰스파고 ‘33센트럴’ 빌딩 매입
유망 SW·바이오업체들 주목

요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몰아치는 새로운 트렌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싼값에 알짜 기업과 부동산을 손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9일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브렉시트발 바겐세일’에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브렉시트 결정 이후 19일까지 파운드화 가치는 11.1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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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은행인 미국의 웰스파고는 런던 금융지구인 시티에 건설중인 ‘33센트럴’ 빌딩을 최근 사들였다. 부동산 개발업체 HB리비스가 짓고 있는 이 건물은 11층으로 총 면적은 22만7000제곱피트(2만1089㎡)다.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웰스파고는 이 건물로 2018년까지 유럽 본부를 옮길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내에 4군데에 흩어져 있는 850명의 직원을 이 건물로 이주시킨 뒤 글로벌 전략에 무게를 싣겠다는 계획이다.

웰스파고의 투자는 브렉시트 이후 커지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런던 엑소더스(탈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매리언 허먼 HB리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거래는 영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사이먼 스마일 UBS 수석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파운드 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내리고 있어 지금이 영국 자산을 사모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기업 사냥도 활발하다. 눈에 띄는 M&A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ARM홀딩스 인수다.

모바일 반도체칩 회사인 ARM은 삼성과 애플 등의 스마트폰에 쓰이는 칩을 설계·생산하는 회사로 영국의 전략 산업체다. 인수대금은 234억 파운드. 소프트뱅크는 15일 주가에 43%의 웃돈(프리미엄)을 얹었다. 게다가 모두 현금으로 지급한다. 시장에서는 자금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이 부상하면서 19일 소프트뱅크 주가는 10.32% 급락했다. 하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회장은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흥분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판알을 튕겨보면 손 회장의 만족감은 과장이 아니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값은 떨어졌다. 반대로 엔화 값은 올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현재 환율로 3조4000억 엔을 내면 되지만 1년 전에 ARM홀딩스를 인수했다면 4조7000억 엔을, 브렉시트 투표 직전에는 3조8000억 엔을 들여야 했다. 환율 덕에 상당한 돈을 절약한 셈이다.

미국 업체도 영국 기업 매집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극장체인 AMC엔터테인먼트는 12일 영국의 오데온&UCI 시네마그룹을 9억2100만 파운드에 사들였다.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프는 지난달 30일 와이어리스그룹을 2억2000만 파운드에 인수했다. 와이어리스그룹은 토크스포트라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사냥 목록에 오른 영국 기업도 여럿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ITV 방송국과 칩 제조업체인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그룹,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베바그룹 등이 외국인 투자자가 노리는 먹잇감이다. 해외 투자자는 영국 바이오 업체와 부동산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닐 윌슨 ETF캐피탈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영국 기업이 매력적인 먹잇감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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