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도시 아이들, 농촌으로 유학 가다

중앙일보

입력 2016.07.20 00:01

업데이트 2016.07.2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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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손마다 옥수수가 푸짐하게 들려 있습니다. 옥수수를 삶아 먹을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직접 텃밭에 씨앗을 심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며 가꾼 옥수수라 그 맛이 더 기대됩니다. “수염이 풍성하고 잘 마른 게 제대로 익은 옥수수”라고 설명하는 폼이 제법 그럴듯한 이 꼬마 농부들은 이 동네 아이들이 아닙니다. 서울·경기도·부산 등 대도시에서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로 유학 온 도시 아이들이지요. 평소엔 친구들과 유학센터에서 살며 2주에 한 번 부모님 만나러 집에 간답니다. 이곳엔 스마트폰도 컴퓨터 게임도 없지만 친구와 자연이 있으니 텃밭도 가꾸고 물놀이도 하느라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일주일에 학원을 15곳씩 다녔다는 우성이는 이곳에 와서 오히려 성적이 더 올랐답니다. 도시 아이들의 시골살이는 전국에 있는 ‘농촌유학센터’를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자연에서 뛰놀며 배우고 자라는 아이들의 일상을 따라가 봤습니다. 농촌유학센터의 한계와 개선할 점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학원 아닌 자연에서 배우다

텃밭 가꾸고 물놀이하고, 숙제도 게임도 없는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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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미농촌유학센터(충북 단양) 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 서울·경기도·부산 등 대도시에서 농촌으로 유학 온 아이들이다. 이 마을 대곡분교 전교생 34명 중 27명이 한드미의 도시 유학생이다

6개월 이상 농촌유학센터 살며 시골 학교 다녀
사교육 쫓기던 엄마와 아이 모두 정서적 안정감
“인성이 실력” 도시 학부모 농촌유학 관심 커져

외부 강사와 악기·운동 수업, 대도시 못잖은 배움
"시골이 아이를 구원할 것” 같은 지나친 환상 금물
관련 법규 부재…현장선 “교육부·농림부 협업해야”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논길을 따라 걷는 아이들의 손엔 어느새 강아지풀이 한 줌씩 들려 있습니다. 친구를 향해 강아지풀을 칼싸움하듯 휘두르며 까르르 웃어댑니다.
풀숲에서 뭔가 펄쩍 뛰어오르기라도 하면 우르르 몰려가 반드시 그 정체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6학년 형이 커다란 방아깨비를 잡아 풀숲을 빠져나옵니다. 3~4학년 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방아깨비에 한꺼번에 꽂힙니다.
자신이 주인공인 걸 아는지, 방아깨비는 뒷다리를 열심히 접어가며 콩콩 인사를 반복합니다.
이 모습을 보던 5학년 누나가 “이제 그만. 불쌍하니까 놔주자”고 똑 부러지게 한마디 하고서야, 방아깨비는 아이들의 손에서 풀려나 풀숲으로 펄쩍 뛰어 돌아갑니다. 학교가 보입니다. 아이들은 교실로 뛰어들어가 선생님의 팔과 다리에 엉겨 붙으며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이내 자리로 돌아가 사뭇 진지하게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교과서에 ‘나비의 한살이’가 나오자 선생님은 “뒷산에서 한번 찾아보자”며 예닐곱 명 되는 한 반 아이들을 몽땅 데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여기저기서 “잡았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애벌레를 한 마리씩 손바닥 위에 올린 아이들이 선생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들자 산이 곧 교실이 됩니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다시 손을 잡고 논길을 따라 ‘유학센터’로 돌아옵니다. 이 아이들은 도시에서 온 농촌유학생들입니다.

“예민한 서울 깍쟁이가 자기 물건 너나없이 나눠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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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분교의 교실 모습. 한 학급이 4~7명 정도라 교사와 학생의 일대일 학습이 가능하다.

김아인(충북 단양 대곡분교5)군이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로 유학 온 건 4년 전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 반에 25명씩 공부하는 경기도 용인시의 초등학교 다니다, 전교생이 34명뿐인 대곡분교로 전학 왔다. 분교에는 아인이가 현재 속한 5학년 학생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4학년은 7명, 3학년은 4명이 전부다. 아인이는 “전학 오기 전에는 수업 시간에 구석에 앉아 딴생각도 하고 친구랑 장난도 많이 쳤는데, 여기에선 선생님 눈에 바로 띄니까 딴짓을 못 한다”며 “선생님께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면 내가 이해할 때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니까 수업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인이네 집은 여전히 경기도 용인에 있다. 엄마 아빠와 떨어져 아인이만 한드미마을 농촌유학센터에서 지내며 분교에 다닌다. 이곳에는 아인이처럼 도시에서 가족과 떨어져 시골살이를 하는 초등학생이 27명이나 된다. 아이들은 여기서 인스턴트음식·숙제·학원·스마트폰·게임이 존재하지 않는 농촌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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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미농촌유학센터 학생들이 텃밭에서 기른 작물을 들고 있다.

분교의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유학센터 뒷산 텃밭부터 뛰어간다. 텃밭엔 27명 아이가 저마다 원하는 작물을 골라 심어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가 심은 작물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돌본다. 정지민(대곡분교4·서울 중랑구)양은 콜라비를 심었다. 엄마와 할머니가 콜라비를 좋아해 지민이가 직접 책을 찾아가며 키우는 방법을 알아냈다. 처음에 씨를 뿌린 뒤 싹이 늦게 올라오자 엄마에게 연락해 “서울에서 영양제를 사서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지민이는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영양제는 어떻게 주고 거름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도 책을 보고 직접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지민이가 키운 콜라비를 수확해 엄마에게 주니,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며 “대단하다”는 칭찬도 받았다.

시골에선 산과 들, 계곡에서 뛰어노는 게 바로 공부다. 지민이는 얼마 전 계곡에서 물놀이하다 5학년 오빠들에게 ‘침식·운반·퇴적 작용’에 대해 한참 설명을 들었다. 계곡 상류의 물살 센 곳은 수심이 깊고 바위가 움푹 패어 있는데, 하류로 갈수록 물살이 잔잔해지면 고운 모래가 넓게 쌓여 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했더니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라며 선배들이 신나게 가르쳐 준 거다. 흙을 퍼다가 같이 ‘댐 만들기’ 놀이를 하며 직접 실험을 해 보이기도 했다. 한드미농촌유학센터 정예리(24) 생활지도교사는 “서울에서 온 아이들도 한두 달 지나면 뱀딸기와 산딸기를 구분하고, 계곡 물이 불어나면 미역감기를 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과 융화되고 자연에서 배우는 게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짜증도 줄고 언어 습관도 순화되는 게 눈에 보인다”는 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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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찬 한드미농촌유학센터 대표는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언어”라고 말했다. “농촌에서 한두 달 지나면 게임이나 인터넷에서 쓰던 거친 말들, 축약어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촌유학을 보낸 학부모들은 이를 “자연이 주는 힐링”이라 말한다. 어머니 박삼현(42·서울 중랑구)씨는 “농촌유학의 가장 큰 성과는 자기중심적이고 예민했던 아이의 성격이 소탈하고 넉넉하게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아이가 평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얘기를 곧잘 해 어른들에게 지적을 받곤 했다”며 “농촌에서 지내면서 ‘그게 아니라, 제 생각에는요’라고 부드럽게 말하기 시작했고, 깍쟁이였던 아이가 자기 물건을 너나없이 나눠쓰는 것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분교에선 숙제도 전혀 내주지 않는다. 아인이 어머니 강하연(45·경기도 용인시)씨는 “공부량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실력이 뒤처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가끔 분교의 공개 수업에 가보면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교사가 끝까지 붙잡고 나머지 공부를 시킨 뒤 하교시키더라”며 “아이들 교과서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가 꼼꼼하게 봐준 흔적이 가득하다”고 했다. 지난해 전학 온 조우성(서울 광진구)군은 “서울에서보다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우성이는 “서울 학교에서는 질문을 해도 선생님이 그냥 넘어갈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질문하면 선생님이 옆에 와서 내가 알 때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니까 수업 시간에 마음의 부담이 없다”며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분교 선생님한테 배우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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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은 전문 강사에게 기타와 드럼 등 악기 연주법을 배운다.

숙제도, 잔소리하는 엄마도 없다고 해서 농촌유학 온 아이들이 마냥 뛰어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유학센터에서 마련한 방과후프로그램도 알차다. 사물놀이, 밴드, 과학동아리, 소백산 생태체험, 야구나 탁구 등 악기 다루기부터 운동이나 체험학습 등 매일 다른 커리큘럼이 진행된다. 한드미농촌유학센터 정문찬(60) 대표는 “생태체험은 소백산 국립공원의 연구원이 인솔하고, 과학 동아리는 지역 명문고인 단양고의 과학 교사들이 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곳을 찾는 도시 아이들이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에서 벗어나 자연과 호흡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주목적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들을 산과 들에 풀어 놓을 수만은 없다”며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성이는 “서울에서는 일주일에 학원만 15곳을 다녔는데 일기 10줄 쓰려고 말도 안 되는 걸 또 쓰고 또 써야 했다. 여기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친구들과 뭐 하고 놀았는지만 써도 2~3장을 금방 채운다”며 웃었다.

전국 유학센터 60여개, 500명 이상 농촌유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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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센터 학생들은 마을에서 농사지은 곡물과 채소로 요리한 음식을 먹는다. 이곳에서 한 학기 지낸 아이들은 “햄이나 소시지는 짜서 못 먹겠다”고 말할 정도로 입맛이 바뀐다.

농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가족을 떠나 혼자 시골에 내려와 한 학기(6개월) 혹은 1년 이상 유학센터에 머물며 마을의 작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말한다. 정환영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06년 김용택 시인이 교사로 재직하던 전북 임실의 덕치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농촌유학의 초기 형태다. 이후 도리농촌유학센터(경북 경주시), 철딱서니학교(강원도 양양군), 한드미농촌유학센터(충북 단양군) 세 곳에서 마을회관 등을 기숙사로 개조해 도시 학생을 유치하면서 본격화됐다.

2010년부터는 농림부에서 이 세 곳의 농촌유학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저변이 넓어졌다. 현재 농림부의 지원을 받는 유학센터는 21곳이다. 농촌유학생 숫자는 2007년 57명에서 현재 238명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림부 지원을 받지 않는 유학센터까지 합치면 전국 60여 개 유학센터에 500명이 넘는 유학생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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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미농촌유학센터의 남학생 숙소 모습. 성별로 나누어 각각 한 방에서 생활한다.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농촌유학센터가 제대로 된 홍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현재 500명 이상의 도시 학생이 농촌유학 중이란 사실은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학원가를 전전하며 국어·영어·수학 점수 높이는 게 자녀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도시에 살면서 농촌유학에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소연(45·서울 서초구)씨는 “경기도 지역의 남한산초등학교처럼 규모가 작은 곳에서 놀이와 학습을 연계한 곳에 주목하고 있다”며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됐고 수능도 쉬워지는 추세에 더 이상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공부를 강요할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인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농촌유학은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5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조연희(47·서울 송파구)씨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농촌유학이 더 매력적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조씨는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다 퇴근하면 직장에서의 감정 상태가 집까지 유지돼 자녀 교육에 좋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며 “아이의 같은 행동에도 내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과도하게 야단을 치고, 평소에는 그냥 넘어가는 등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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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분교 교실 뒤쪽에 붙어 있는 학생들의 작품.

서울의 유명 사립초에 자녀를 보내다 농촌유학을 선택한 학부모 김모(42·서울 성북구)씨는 “오전 7시에 아이를 깨우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해, 하교 후 아이를 차에 태우고 학원 이곳저곳에 데려다주는 동안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얼른 좀 해’ ‘왜 이것밖에 못 해’ ‘다 배운 건데 왜 몰라’라는 신경질적인 대화만 하루 종일 이어갔었다”고 떠올렸다. 김씨는 “농촌유학을 보낸 뒤 공부와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자 아이도 나도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 같다”며 “2주에 한 번씩 집에 올라오는데, 매일 집에 있을 때보다 대화가 훨씬 많아지고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만족해했다.

4년째 외동아들을 농촌유학센터에 맡기고 있는 강하연씨는 “주변에서 많은 엄마들이 농촌유학에 관심을 보이며 정보를 물어본다”며 “사교육에 얽매인 생활이 싫다고 하면서도 농촌유학을 보냈다가 자칫 내 아이만 경쟁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라는 걱정도 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오히려 공부해야 한다는 억압에서 아이를 풀어주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정말 잘하는 게 뭔지 쉽게 찾아진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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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유학생들은 숙제도 없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아 여가 시간은 거의 몸을 쓰며 논다. 농구와 야구, 탁구 등은 전문 강사가 방문해 가르친다.

소호산촌유학센터(울산시 울주군)의 김수환 대표는 “유학센터에서 자율시간을 주면 몇몇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고 토론하느라 바쁘고, 몇몇 아이들은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만지러 간다”며 “성적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는다면 시골 생활을 통해 아이의 내면에 어떤 재능이 숨어있는지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민간서 시작한 농촌유학, 제도화 필요

하지만 일부 농촌유학생 학부모들은 “농촌유학에 지나친 환상이나 허황된 기대는 금물”이라는 조언도 한다. 농촌유학생 학부모 이지선(가명·서울 강남구)씨는 “일부 농촌유학센터에서는 마치 ‘시골이 사교육에 지친 도시 아이를 구원할 것이다’처럼 농촌유학의 효과와 가치를 과장한다”며 “농촌유학은 학업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사람 냄새나는 아이로 기르겠다 정도의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얘기했다.

하태욱 교수는 “현재 농촌유학을 전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정부 기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농림부에서 전국 21개 농촌유학센터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농림부에서 시행하는 ‘농촌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지 농촌유학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농촌유학센터에 전달되는 지원금 역시 근거 법령이 전무하다.

규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유학센터에 한해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규정 준수 의무를 진다. 시설과 전체 유학생에 대한 상해보험 가입도 의무화돼 있다. 학부모들은 “안전 규정도 필수지만, 농촌유학센터의 수요자들이 학생이고 그곳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하 교수는 “농촌유학센터 운영에 대해 교육부의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지만 ‘학교가 아니라 관여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더라”며 “아이들을 돌보는 생활지도교사에 대한 재교육, 센터에서 운영되는 커리큘럼에 대한 점검 등은 교육부가 나서야 도와야 할 일”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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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미마을로 농촌유학을 온 학생들은 전교생 34명인 대곡분교에 다닌다.

정환영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는 “농촌유학은 민간에서 풀뿌리처럼 시작된 의미 있는 대안교육이고 지금껏 주목할 만한 교육 성과를 거둬왔다”고 평하며 “신뢰할 만한 기관이 나서서 여러 센터 가운데 옥석을 가려 바람직한 센터에 집중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 강조했다.

하 교수는 “사교육에 지친 이들에게 농촌유학이 제대로 된 대안이 되려면, 법과 제도부터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농촌유학센터란

도시 아이의 시골 유학에 필요한 숙식·프로그램 제공

농촌유학센터는 도시에 있는 학생을 유치해 그 지역 시골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기에 센터장과 생활관리교사가 상주하며 유학생들의 일상을 돌보는 역할까지 맡는다. 지역적 특성을 살려 텃밭 가꾸기나 생태 체험, 유적지 탐방 등 시골살이와 체험학습을 겸한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다. 비용은 입소비가 100만원, 월 70만~80만원 선이다.

정환영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는 “농촌유학의 출발은 교육이 아니라 ‘농촌마을 살리기’였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이유로 도시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농촌의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됐다. 학생 수가 모자라 폐교되는 학교가 속출하자, 그나마 농촌을 지키던 젊은 부부들도 자녀가 다닐 학교를 찾아 도시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 거다.

이 시기 김재현 건국대 녹지환경계획학과 교수가 일본에서 1979년부터 시작된 ‘산촌유학’을 우리나라 농촌에 소개했다. 농가에서 도시 학생을 데려다 시골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농가에서 숙식을 제공해주는 형태였다. 당시 일본의 치열한 입시 경쟁과 집단 따돌림 등으로 도시 학교의 삭막한 환경에 지쳤던 학생들이 대거 몰려들며 산촌유학이 붐을 이뤘다. ‘자연 속에서 치유되는 도시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언론도 산촌유학의 효과와 가치를 거듭 알렸다.

하태욱 교수는 “확장세를 달리던 일본의 산촌유학이 한계에 부닥친 건 학생을 돌봄과 교육의 대상이 아닌 농촌 살리기 사업 대상으로 시각이 바뀐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촌유학센터가 출발은 어땠건, 학생을 유치하고 그들을 교육하기 시작한 순간 ‘사업자’가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문찬 한드미농촌유학센터 대표 역시 “학생들을 돌보다 보니,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걸 느낀다”며 “지역 학교 교사나 대학교수, 다양한 전문 인력과 협업하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림부와 지자체의 농촌유학센터 지원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농림부가 전국 44곳의 농촌유학센터 중에 21곳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의 선정 기준이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하 교수는 “2010년 농림부가 농촌유학 사업을 양성하기 위해 신생 센터에 대해 조건 없이 지원해주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그런 센터가 21곳으로 늘었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농림부 지원 업체’를 농림부의 인가나 보증의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수환 소호산촌유학센터 대표는 “농촌유학센터는 농림부와 교육부의 협업을 통해 관리하고 지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이곳에서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심의를 거친 표준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돼야 하며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 강화에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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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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