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로벌 아이

과도한 기대는 실망을 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2016.07.19 00:26

업데이트 2016.07.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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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영준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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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한국이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발표 이후 처음 중국인들로부터 적잖게 들은 말이다. 중국의 결사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하진 않을 것이란 기대가 꽤 있었다며 서운함과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왜 그런 기대를 했을까.

안보주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본다. 중국이 보기에 아시아 재균형은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의 다른 표현이다. 이에 대항하는 중국의 전략이 바로 ‘신형대국관계’ 정립이다. 기존 대국과 신흥 대국이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말인데 여기엔 전제가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지분을 인정하고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방미 때마다 “태평양은 미·중 양국을 모두 포용할 만큼 충분히 넓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와 다를 게 없는 ‘아태양분지계(亞太兩分之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에 공을 들였다. 한 베이징 전략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중국 포위망을 뚫자면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를 깨는 게 필요하다. 처음 중국은 일본의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당 정권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센카쿠열도 국유화로 물거품이 됐다. 대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역사 문제로 대일 공동전선 형성이 가능한 한국이 한·중·일의 약한 고리로 부상했다.”

중국의 속셈이 과연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한·중 간의 거리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 정점에 이른 게 박근혜 대통령의 천안문 열병식 참석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선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도 중국을 저버리면서까지 일방적으로 미국 편만 들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음직하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2년 이상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기대는 점점 더 확신 쪽으로 옮아갔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과도한 기대였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그만큼 중국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일 뿐 사드 배치 보류는 중국의 일방적 희망사항이었다는 얘기다.

과도한 기대를 한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중 관계가 좋아진 만큼 중국도 대북정책에서 완벽하게 우리 입장을 옹호해줄 것이란 기대가 바로 그렇다. 중국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한편으로 여전히 북한에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과잉 기대도 따지고 보면 소통 부족에서 온다.

한 중국인 전문가는 한·중 관계를 만난 지 얼마 안 된 연인 관계에 비유했다.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가 급격히 갈등을 빚는 단계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중 관계가 파탄에 이르기 십상인 연인 관계보다는 친구 사이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오해로 인한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다. 여당 내분을 빗대 한 발언이었지만 한·중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하필 그 말을 한 건 사드 배치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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