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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TK‘사드 님비’ 수원‘군공항 님비’…지역만 챙기는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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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드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에 이어 이번엔 ‘군공항 님비’다.

TK, 군공항 이전으로 보상받자
김진표 등 수원 야당 의원 5명
기다린듯 “공항 이전지 발표하라”
여당 TK의원들은 추가 지원 요구
“의원 역할은 무조건 지역 대변 아닌
국익 위해 설득하고 이해도 구해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입지 선정이 끝나기 무섭게 뉴라운드가 시작됐다. 1라운드가 자신의 지역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경쟁이었다면, 2라운드는 사드 부지 결정 이후의 보상잔치 때 수혜를 보려는 경쟁이다.

경기도 수원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김영진·김진표·박광온·백혜련·이찬열)은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수원 군공항 이전 후보지를 조속히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수원공항 이전은 대구보다 1년 이상 먼저 추진된 사업”이라며 “수원공항 이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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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3일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를 결정하기 직전인 지난 11일 대구 군공항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군공항 이전 계획 발표 당시 사드는 이미 정부 내부적으로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 난 상태였다. 그래서 대구 군공항 이전 계획은 대구·경북(TK) 민심 달래기용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자 수원 의원들이 "수원이 먼저”라며 군공항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기도 평택, 전북 군산, 강원도 원주, 경남 양산 등의 사드 배치 후보지에선 “우리 지역에는 절대 안 된다”는 삭발식·서명운동 등이 잇따라 열렸다. 이제 성주가 발칵 뒤집어진 상황이다. 이 와중에 수도권 의원들까지 뛰어든 것이다. 군공항 님비는 사실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와 동의어다. 시내에 가까이 있는 군공항을 다른 곳으로 보내면 개발시설이 앞마당에 올 수 있다는 점을 계산한 요구다.

사드가 배치될 TK 지역 의원들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TK 의원들은 지난 13일 집단으로 사드의 성주 배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지난 4·13 총선 때 진박(진실한 박근혜) 후보임을 자처하면서 비박후보들을 내몰고 공천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진박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그러던 이들이 낯을 싹 바꿔 버렸다. 이유는 금세 드러났다.

성주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사드가 설치되면 피해가 예상되는데, 상응하는 보상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국책사업 중 최대한의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주민들의 반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남 양산을 지역구로 둔 더민주 서형수 의원은 “양산 이외 지역에 사드가 배치되기로 한 건 경남·부산 주민의 안전을 고려하면 다행”이라는 성명을 냈다가 부랴부랴 “미숙한 표현이었다”며 다시 사과성명을 냈다.

TK 의원이나 수원지역구 의원들은 자신들의 요구나 주장이 지역구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송호근 서울대(사회학) 교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은 무조건 안 된다고 밀어내는 게 아니라 지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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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역주민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국가적 문제에 지역의 이익이 먼저 나오는 순간 국익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논란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갈등에 기름을 부은 의원들은 먼저 자신이 국회의원인지 시의원 또는 도의원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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