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직 무역 보복은 없지만 비관세 장벽 26종 걱정

중앙일보

입력 2016.07.15 02:04

업데이트 2016.07.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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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당장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질 것처럼 분위기가 안 좋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다만 눈에 띄지 않는 비관세 장벽이 염려돼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장하는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
중국, 한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
섣불리 관세 등 보복 땐 역효과
통관·검역 등 까다롭게 할 가능성
가공식품·화장품·카지노 기업 등
‘감정 자극할라’적극 마케팅 자제

본지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20곳의 주재원들과 통화한 결과 대부분은 사드 배치가 중국 정부의 경제제재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이 25%에 달하지만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는 중국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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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의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액정표시장치(LCD)·반도체 등 제조업의 경우 설비·중간재를 조달하는 데 있어 한국·일본 의존도가 높다”며 “한국 업체의 협력 없이는 중국도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5년이 된 중국은 올해 말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시장경제 지위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정부 통제하에 국내 제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매기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 가격으로 수출할 경우 정부의 가격 통제를 빌미로 수입국으로부터 반덤핑관세를 맞을 확률이 커진다. 그러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으면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원가가 국제 기준 중 하나로 인정돼 반덤핑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자 4대 교역국인 한국에 보복 무역에 나섰다간 자유무역을 위협하는 신호로 해석돼 시장경제 지위를 받는 데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14일 중국 상무부가 태광산업의 아크릴섬유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서 예비판정(6.1%)보다 낮은 4.1%의 반덤핑 관세 부과 판정을 내린 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중국 상무부는 일본과 터키 기업에는 8.2~16%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의 무역제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통관 기준이나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해 한국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이 교역 중인 나라 가운데 가장 많은 26종류의 비관세 장벽을 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공식품·화장품 등 소비재의 경우 통관 거부나 포장 불합격 등 수입을 제한할 조치는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치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도 통관 및 심사 기준 변경 등 조치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아직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는 등 사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관계자는 “마케팅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중국 소비자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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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도 분위기가 조금 더 안정될 때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카지노 고객들은 당국의 미묘한 손짓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어떤 기류 변화가 감지될 때까진 적극적인 판촉활동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법인이 직접 생산과 유통을 맡고 있어 통관 보복에선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제품 허가 지연, 엄격한 관세 적용 등 유통·경영 환경에 대한 보복 우려와 변화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문희철·유부혁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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