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재일기

국방부가 괴담을 이기려면

중앙일보

입력 2016.07.15 00:28

업데이트 2016.07.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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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용수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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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

2010년 3월 26일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침몰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사석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감사원의 조사 결과도,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를 믿을 수 있는 건가.”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고 국제조사단이 결론 낸 직후였다. 하지만 김 장관이 걱정한 대로 ‘천안함은 좌초됐다’ ‘국방부가 증거로 내놓은 어뢰는 (국방부가) 던져 놓은 것이다’는 등 천안함 괴담은 끊이지 않았고, 소송으로도 이어졌다. 지금도 천안함을 둘러싼 괴담은 살아 있다.

이런 상황은 당시 군 당국이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사건 직후 천안함이 이미 침몰했는데도 군의 “파공이 생겨 승조원들을 구조 중”이라는 브리핑이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CHT-02D)의 설계도라고 국방부가 공개했던 건 엉뚱한 설계도였다. 국방부는 ‘실수’라고 했지만 바로 그런 실수를 먹고 괴담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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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6년이 흘렀다. 국방부는 지금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한 뒤 분노한 성주 시민들은 혈서를 쓰고, 집단 시위를 하고 있다. “사드 전자파가 성주 참외를 망쳐 놓는다”는 폭발성 강한 참외 괴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괴담과 맞서는 모습은 6년 동안 전혀 개선된 게 없다. 13일 오후 3시 사드 배치지로 성주가 결정됐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후보지로 10여 곳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6시간 뒤 성주 군민을 만난 한민구 국방장관은 “5곳을 검토했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올 초 사드의 유해성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한 설명회에선 ‘미국 육군 교범과 국방부가 제시한 자료(2015년 괌 환경영향평가서)의 안전거리가 다르다’는 지적에 “미 육군 교범이 잘못됐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취소한 일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표 때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겠다”고 했던 군은 “발표 전 주민들께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했다. 그래 놓고는 사전 설명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주민들이 항의하자 “언론이 먼저 공개하는 바람에”라고 변명했다. 정부 발표 때도 14분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가 번복하는 바람에 엉뚱한 의심을 낳았다.

괴담이 좋아하는 먹이는 거짓말과 말 바꾸기다. 거짓말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괴담을 키운다. 국방부는 자꾸 밀려서 사실을 찔끔찔끔 보태지 말고, 순도 100%의 진실로만 민심과 맞서야 한다. 그래야 괴담을 이길 수 있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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