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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사드참외 괴담 돌아"···한민구 "제 몸으로 전자파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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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장관(왼쪽)이 13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경북 성주군민들과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해 질의응답을 했다. 한 장관은 사드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 대해 “전자파가 위험이 있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 오른쪽은 이재복 범군민비상대책위원장. [사진 강정현 기자]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된 경북 성주군은 13일 분노와 한숨이 가득했다. 만나는 주민마다 “왜 여기냐” “절대 못 온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허탈하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성주읍내에는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100여 개 걸려 있었다.

성주 5000명 시위, 200명 상경 항의
전국 참외 70% 생산, 4000억 매출
“군청 설명 부족, 인터넷 믿게 돼”
김관용 지사 “안보 차원 불가피”
전문가들 “100m 밖은 유해성 없어”

이날 오전 10시30분 주민들은 성주읍 성밖숲에서 ‘사드 성주 배치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사드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매고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고 쓰인 붉은 천을 흔들었다. “사드 배치 반대”를 소리쳤다. 지난 12일부터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단식 투쟁을 하던 김항곤 성주군수가 주민들 앞에 섰다. 그러곤 오른쪽 손가락을 칼로 살짝 그어 피를 내 흰 종이에 ‘결사반대’라는 글씨를 써 내려갔다.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등 10여 명이 김 군수의 뒤를 이어 혈서를 썼다. 주민들은 ‘무수단’이라고 쓰인 북한 핵미사일 모형을 옆에 세워 두고 불을 질렀다. 사드 배치 원인이라는 의미로 화형식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국방부가 있는) 용산으로 가 혈서와 반대의 뜻을 전하자”고 소리쳤다. 김 군수 등 주민 200여 명은 버스 다섯 대에 나눠 타고 국방부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컨벤션센터에 도착해 사드 배치를 거세게 항의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9시쯤 컨벤션센터에서 성주군민들을 만나 “사드는 유해하거나 문제가 있는 무기체계가 아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들어가서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전자파 위험이 있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말했다.

4만5000여 군민의 걱정은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과 함께 참외 판로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참외는 성주의 특산물이다. 성주군은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를 생산한다. 군민의 50% 정도가 참외 농사를 짓거나 참외 유통 관련업에 종사한다. 이들은 연간 16만t의 참외를 생산해 4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다.

윤상근 성주군 농정과 담당은 “인터넷에서 벌써 ‘사드 참외’라는 말이 보인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영향을 받은 과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떠돈다”고 했다. 주민들은 ‘사드 참외’ 소문이 돌면서 현재 10㎏에 2만5000원 정도인 가격이 절반 아래로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완주(63)씨는 “사드가 주민 건강과 친환경도시 성주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드 배치 예정지에서 1㎞쯤 떨어진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성원1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종씨인 고령 박씨 50여 명이 살고 있다. 고령 박씨 조상 묘도 7기가 있다. 고령 박씨인 한 주민은 “늘 집안의 자랑으로 박 대통령을 생각하고 응원했는데 사드 배치 결정을 보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수많은 레이더를 배치해 왔지만 전자파로 위해를 입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사람에게 피해가 없으니 작물인 성주 참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레이더를 하늘로 5도 이상 놓고 쏜다. 레이더 안 100m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전자파 유해성은 없다”고 말했다. 국제생체전파학회장인 김남 충북대(정보통신공학) 교수도 “고출력의 레이더파를 직접 쐬면 이상이 생길 수 있지만 법으로 정한 거리를 벗어난 곳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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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읍에서 만난 30대 주민은 “사드 레이더 5.5㎞ 이내에는 사람과 참외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얘기가 있는데 그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군청에서도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아 인터넷을 보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대 최병두(지리교육) 교수는 “지자체가 정부와 주민 사이에서 매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군청이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위해 여부에 대해 군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부에 제시하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 국가 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이해되지만 결정 과정·절차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성주군민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안전· 지역발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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