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사드기지, 한국 언론에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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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 당국이 괌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시설을 공개하기로 했다.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결정을 놓고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찬반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미다. 사드 배치 후보지에선 인체와 환경 유해성 논란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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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13년 4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했다. 현 주한미군 사령관인 빈센트 브룩스 당시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원 안)이 기지를 찾은 모습. 한국 국방부는 오는 17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괌에 있는 미군의 사드 시설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 미 육군]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12일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괌에 배치돼 있는 미군의 사드 시설을 공개하는 행사를 갖기로 했다”며 “현장에서 사드의 운영 실태와 전자파 유해성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측이 다른 나라 언론에 사드 관련 시설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미군 측은 군 보안시설인 만큼 공개행사에 참석하는 기자의 수를 최소화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미군, 17일부터 기자들 대상
전자파 유해성 우려 불식 위해
핵심 보안시설 공개 고육책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절박한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측이 핵심 보안시설로 꼽고 있는 괌의 사드 부대와 시설물 중 어디까지 공개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미군의 괌 기지를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미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었다.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미 두 나라가 결정한 만큼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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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주 내에 서울 근교의 패트리엇 미사일 운영기지와 1000㎞ 이상의 거리를 탐지하도록 고출력을 내는 충청도 소재 그린파인 레이더 기지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일각에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주장을 펴는데 패트리엇이나 그린파인, 잠수함통신소보다 유해 정도가 낮다”며 “이를 실제로 공개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패트리엇 미사일과 그린파인 레이더 기지는 위치를 공개하지 않을 만큼 보안을 유지하는 기지들”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언론에 공개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국방부가 사드 배치의 시급성 때문에 군의 속살을 드러내는 건 성급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