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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릭] ‘강남패치’부터 ‘어둠의 대나무 숲’까지…무차별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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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신상털이 SNS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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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OO패치' 우후죽순 생겨
유흥업소 여성, 임산부석 남성 얼굴 공개
대학가에선 ‘필터링 없는’ 비방 페북도


디지털 시대 대표적인 대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꼽히는 SNS가 폭로와 혐오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OO패치’ 계정이 대표적이다. 한 유명 파파라치 매체의 이름을 딴 이곳에서는 사진을 포함해 직장, 주소, 가족관계 등 일반인들의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일부 계정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이름만 살짝 바꾼 채 폭로는 계속되고 있다.

선두 주자격은 ‘강남패치’다. 이곳에선 유흥업소 여성의 신상털이를 시작으로 유명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의 신상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됐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운영자는 되려 ‘훼손될 명예가 있다면 날 고소하라’는 등의 문구를 남겨놓았으며 신상이 공개된 시민이 메시지를 통해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하자 그 내용까지 그대로 공개해버리기도 했다.

‘강남패치’가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뒤이어 만들어진 ‘한남패치’와 ‘오메가패치’는 남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남패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거나 사생활이 문란한 남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했고 ‘오메가패치’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남성들의 사진을 몰래 촬영해 올렸다. 조동기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 등 기술의 발달로 익명의 탈을 쓴 채 다양한 방식의 의견 표출이 가능해지면서 이와 함께 사생활 존중 의식도 약해지고 있다”며 “현재로썬 뚜렷한 해결책이 없고 개개인 스스로가 타인의 사생활을 본인의 사생활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갖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위 계정들은 내용이 허위로 확인될 경우는 물론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법적 처벌을 피해가기 어렵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등에 공연히 허위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며 유포 내용이 사실이라도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현재 강남경찰서·수서경찰서·광진경찰서는 각각 ‘강남패치’ ‘한남패치’ ‘오메가패치’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접수받고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강남패치 계정 삭제를 대비해 만들어 놓았다는 ‘강남패치2’ ‘강남패치 라이브’, ‘한남패치’를 본떠 만든 ‘오물남패치’ ‘재기패치’ 등 유사 계정들이 계속 생겨나 경찰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대나무숲의 본래 목적은 학교와 관련된 부조리 폭로 및 사회고발이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폭로와 고발로 인해 그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한양대 ‘대나무숲’에는 ‘별도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글로 인해 특정 가게가 매출에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앞서 두 명의 제보자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한 식당의 위생 상태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글의 맥락으로 가게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낸 학생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가게가 큰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해당 가게는 구청 조사 결과 위생 상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 대나무숲 페이지를 관리한다는 A씨는 “운영진들이 모여 제보글에 대한 필터링 단계를 거치긴 하지만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는 작업은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필터링 없이 비방, 폭로, 고백 등이 가능하다’는 표어를 내걸고 생겨난 페이스북 페이지 ‘어둠의 대나무숲’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학교 혹은 학생회에 대한 건의사항이 주를 이루지만 도를 넘은 인신공격이나 해명이 실리지 않은 비방글도 다수 발견된다. 본지 확인 결과 지난 2일 중앙대 ‘어둠의 대나무숲’에는 ‘질문을 제대로 못 들었더니 의사가 한국말도 못 알아듣느냐며 비꼬았다’라는 내용의 글이 해당 병원의 실명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 성균관대 ‘어둠의 대나무숲’에는 ‘전공과목 조교가 여학생에게 밤에 개인적으로 카톡을 하고 여학생이 질문하면 길게 끌면서 답변을 해주지만 남학생이 찾아오면 대답도 잘 안 해준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이트 접근 자체를 막거나 폐쇄를 하는 건 가능하지도 또 바람직하지도 않은 해결책”이라며 “현재로선 학생들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 정제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자체적으로 거르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김성현 인턴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일러스트 심수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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