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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새누리 원외위원장들, “청와대 사과하고, 총선 패배 책임자 전대 출마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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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사과하고, 총선에 책임있는 인사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새누리당 김효재 서울성북을 조직위원장)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원외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는 쓴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총선 이후 처음 낙선자들이 모인 자리다. 이날은 4·13 총선을 치른지 90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행사엔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이주영ㆍ정병국ㆍ한선교ㆍ이정현ㆍ김용태ㆍ강석호 의원 등 8ㆍ9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참석했다. 원외에선 오세훈 종로 위원장 등 70여 명이 자리했다.

총선 기간 동안 각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일괄 사퇴하고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총선 백서 공개가 미뤄지고, 총선 후 90일 간 사과와 반성 대신 계파를 중심으로 당 내 갈등이 계속된데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몸을 던진 당원 동지와 보수진영의 안정적 운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데 대해 (청와대는) 진심으로 사과야해야 한다”며 “이른바 ‘진박 마케팅’을 운운하며 국민의 마음을 후벼판 인사도 있는데, 총선에 책임 있는 인사는 석고대죄하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 기간 동안 ‘친박 감별사’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과 친박계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총선 과정에서 '막말 파동'으로 당원과 국민을 화나게 한 윤상현 의원은 당에서 나가야 한다”며 “국민의 도덕수준과 상식에 어긋나는 인사를 받아놓고, 국민에게 다시 표를 요구한다면 염치를 넘어 극치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에 한 '막말'이 공개되면서 수도권 표심이 떠나갔는데 그가 다른 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일괄복당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총선 과정에 젊은 층 공략과 정책 정당으로서의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준석 위원장(노원병)은 “야당의 청년 수당 정책 등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정책을 준비했는지 대답을 내놓기보다는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청년에 대한 무관심으로 오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와 고교 의무화, 누리과정 등과 관련해 당헌·당규에 규정돼있는데도 당장 우리 당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아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이번 전대가 이에 대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원외위원장 7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도 공개됐다. 위원장들은 총선패배의 원인으로 ‘공천 절차 및 과정의 문제(20.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공천관리위원회 파행(17.76%)’과 ‘젊은 층의 반(反) 새누리당 정서(14.02%)’,‘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13.08%)’도 많았다. 향후 개선방안으로는 ‘혁신적 지도자가 필요하다(31.71%)’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청년층에 대한 비전 제시(15.85%)’와 ‘당 의사결정구조 개선(14.63%)’, ‘계파청산 위한 대안 마련ㆍ실천(10.98%)’ 등도 제시했다.

이날 원외위원장들은 결의문을 통해 ▶4ㆍ13총선 백서의 조속한 공개▶천박한 계파주의 배격▶당협의 법적 지위 보장▶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공식화를 요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도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

이성헌 원외위원장협의회 회장은 “총선 결과에 많은 상처를 입은 당원과 지지자를 어루만지고 내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원외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중앙당 운영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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