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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발견 못한 세무사, “징계 처분 정당”

중앙일보

입력

자신이 맡은 사업자의 회계보고서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분식회계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성실신고확인서’를 써준 세무사를 징계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유진현)는 세무사 유모씨가 “직무정지 2년은 가혹하다”며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낸 세무사직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세무사로서 확인해야 할 내용들을 성실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유씨는 지난 2011년과 2013년 석유회사와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 부자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세무 업무를 수행하며 ‘성실신고 확인서’를 작성해줬다. 유씨는 확인서에 ‘신고내용 확인한바 필요경비 계상 등 소득금액이 적정하게 이뤄졌다’는 내용을 기재하고 '성실'하다는 취지의 신고서를 작성해줬다. 하지만 지방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김씨 부자가 비용계정 약 32억원을 자산계정으로 바꾸어 분식회계 처리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성실신고확인제'란 한 해 수입금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사업자가 종합소득세 신고 전 세무대리인에게 신고 내용을 검증받도록 하는 제도다. 한데 검증이 불성실하게 이뤄져 세금을 덜 낸 사실이 적발될 경우, 당사자 뿐 아니라 세무대리인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세무사징계위원회는 “유씨가 성실하게 장부와 증명서류 등을 살펴보지 않아 세무사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며 직무정지 2년의 징계처분을 내렸고 유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세무대리인은 사업장의 실제 재고자산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김씨가 알려주는 대로 적었을 뿐”이라며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씨가 사업자의 성실신고확인서를 작성하며 확인해야 할 부분을 살피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무사로서 해야할 일을 게을리했다”는 판단이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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