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정병국(5선·사진) 의원이 10일 당 대표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김용태 이어 비박 두 번째 주자
나경원 출마 땐 단일화 전략 펼듯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 참패한 뒤 정부 여당의 그 누구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며 “끊이지 않는 패거리·패권정치로 당원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오만한 갑질부터 없애야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당이 살려면 민심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국민의 분노에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가치 중심적으로 당을 이끌지 않고 이해관계로 당을 이끌었기 때문에 공천 때마다 공천학살이 일어났다”며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었기 때문에 총선에서 진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런 뒤 “당원이나 국민이 그렇게 어수룩하거나 우매하지 않다. 누가 어떤 행태를 했는지 다 아는 만큼 반드시 심판하실 것”이라며 ‘심판론’을 제기했다. 익명을 원한 비박계 인사는 “친박계에서 서청원 의원을 미는 기류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의 수평적 민주주의와 현장정치 ▶수평적 경제민주화 ▶개헌 논의 시작 등을 3대 공약으로 제시했다.
비박계에선 나경원 의원도 판세를 주시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나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친박 핵심(서청원 등)과 주류 의원들이 계속 당권을 잡는 건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들이 출마한다면 내가 출마하는 것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결심이 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비박계에서 정 의원은 김용태 의원에 이어 두 번째 주자다. 그는 비박계 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 “당을 사익이 아닌 공익,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데 뜻과 생각이 같다면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나 의원의 출마 시 비박계도 난립 양상을 보일 수 있지만 일단은 ‘선(先)출마 선언, 후(後)단일화’로 반(反)친박 전선을 짠다는 전략이다. 비박 후보군 사이에선 “단일 후보가 나오면 나머지가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맡자”는 식으로 역할 분담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측근들도 “비박 단일 후보가 나오면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