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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 비해 값싸진 곳 많아…리스크 있어도 가능성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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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식형펀드 운용사 수익률 1위…이규홍 NH-아문디자산운용 CIO



“리스크 매니징(Risk Managing)이 아닌 리스크 버지팅(Risk Budgeting)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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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NH-아문디자산운용 CIO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규홍(사진) 전무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NH-아문디운용은 올 상반기 순자산이 300억원 이상인 운용사 중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1위(1.47%)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Allset성장중소형주펀드는 제로인의 1등급 우수 국내주식형펀드 중 3년 수익률(55.68%)이 가장 높다. 이 전무는 “기존의 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다”며 “사전에 리스크를 예측한 뒤 허용된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경기와 상관없이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버지팅이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를 예측해 그 안에서 최대한 베팅하는 걸 말한다. 개별 펀드 상품을 면밀히 분석해 1년 뒤 ±4~6%의 수익률 변동(리스크)을 예측한다. 이 예측치의 30% 자금까지는 투자에 적극 활용한다.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최근 시장이 어렵다며 시장지수(인덱스)를 따라가는 패시브(수동형) 전략에만 의존하고 있다. 장수가 전쟁터에 나서지 않는 격이다. 리스크를 전략적으로 분석한 뒤 싸워야 한다.”
리스크가 예측 범위를 넘을 수도 있지 않나.
“철저히 분산투자를 해야한다. 예측 리스크 범위 안에서 투자해도 특정 종목의 비율이 높다면 위험성이 크다. 종목 수를 최대한 늘리고 종목별로 투자비율을 동일하게 나눈다. 투자 종목이 20개라면 각 종목별로 5%까지만 투자하는 식이다. 이러면 손실 위험이 줄어든다. 투자 종목 중 10곳만 좋은 성적을 거두면 시장평균보다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장 영향을 덜 받는다.”
채권형 펀드 등 채권 관련 상품이 호황인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위기 때마다 유동성(돈)을 공급했다. 돈을 늘리는 주요 방식이 채권 발행이다. 채권에 대한 신뢰와 매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 흐름이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한국만 봐도 금리는 사실상 바닥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최대 2번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렇더라도 0%대로 인하하긴 힘들 것이다. 다른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국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부진하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인 건 세계가 ‘제4의 산업혁명’이라 불릴 만큼 급변하고 있는 탓이 크다. 인공지능·전기차 등 신기술이 기존 산업 체계를 뒤엎으며 5년 뒤 업계 판도도 전망이 어렵다. 국내 기업의 준비 상황도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코스피 시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근접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약 6%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헬스케어·바이오·문화콘텐트 등은 시장 흐름에 발맞추며 신성장동력으로 올라섰다. 기존 제조업도 뒤져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빅데이터·인공지능 환경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 데이터 저장·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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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투자 전략은.
“바벨 전략을 쓸 것이다. 위험도가 중간인 건 빼고 안정성이 큰 자산과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리스크는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엄선한다. 전통의 제조업 강자에도 투자할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실제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 보다 값이 많이 싸진 곳이 많다. 프랑스 아문디그룹의 역량을 바탕으로 멀티에셋펀드 등을 출시해 해외펀드 운용 역량도 높일 계획이다.”
향후 브렉시트 영향은 어떨까.
“당분간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판을 깨진 않을 것이다. 영국은 탈퇴하더라도 협상 결과에 따라 유럽 경제권에 머무를 수 있는 대안이 많다. 오히려 브렉시트는 국가간 공조를 강화해 안정성을 키웠다. 미국이 브렉시트 여파로 당분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브렉시트에 영향을 받은 미국 유권자가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면 그 후폭풍은 브렉시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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