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운용사 수익률 1위…이규홍 NH-아문디자산운용 CIO
“리스크 매니징(Risk Managing)이 아닌 리스크 버지팅(Risk Budgeting)을 해야 한다.”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규홍(사진) 전무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NH-아문디운용은 올 상반기 순자산이 300억원 이상인 운용사 중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1위(1.47%)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Allset성장중소형주펀드는 제로인의 1등급 우수 국내주식형펀드 중 3년 수익률(55.68%)이 가장 높다. 이 전무는 “기존의 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다”며 “사전에 리스크를 예측한 뒤 허용된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경기와 상관없이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리스크 버지팅이란.
-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를 예측해 그 안에서 최대한 베팅하는 걸 말한다. 개별 펀드 상품을 면밀히 분석해 1년 뒤 ±4~6%의 수익률 변동(리스크)을 예측한다. 이 예측치의 30% 자금까지는 투자에 적극 활용한다.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최근 시장이 어렵다며 시장지수(인덱스)를 따라가는 패시브(수동형) 전략에만 의존하고 있다. 장수가 전쟁터에 나서지 않는 격이다. 리스크를 전략적으로 분석한 뒤 싸워야 한다.”
- 리스크가 예측 범위를 넘을 수도 있지 않나.
- “철저히 분산투자를 해야한다. 예측 리스크 범위 안에서 투자해도 특정 종목의 비율이 높다면 위험성이 크다. 종목 수를 최대한 늘리고 종목별로 투자비율을 동일하게 나눈다. 투자 종목이 20개라면 각 종목별로 5%까지만 투자하는 식이다. 이러면 손실 위험이 줄어든다. 투자 종목 중 10곳만 좋은 성적을 거두면 시장평균보다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장 영향을 덜 받는다.”
- 채권형 펀드 등 채권 관련 상품이 호황인 이유는.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위기 때마다 유동성(돈)을 공급했다. 돈을 늘리는 주요 방식이 채권 발행이다. 채권에 대한 신뢰와 매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 흐름이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한국만 봐도 금리는 사실상 바닥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최대 2번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렇더라도 0%대로 인하하긴 힘들 것이다. 다른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국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부진하다.
-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인 건 세계가 ‘제4의 산업혁명’이라 불릴 만큼 급변하고 있는 탓이 크다. 인공지능·전기차 등 신기술이 기존 산업 체계를 뒤엎으며 5년 뒤 업계 판도도 전망이 어렵다. 국내 기업의 준비 상황도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코스피 시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근접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약 6%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헬스케어·바이오·문화콘텐트 등은 시장 흐름에 발맞추며 신성장동력으로 올라섰다. 기존 제조업도 뒤져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빅데이터·인공지능 환경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 데이터 저장·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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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인 투자 전략은.
- “바벨 전략을 쓸 것이다. 위험도가 중간인 건 빼고 안정성이 큰 자산과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리스크는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엄선한다. 전통의 제조업 강자에도 투자할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실제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 보다 값이 많이 싸진 곳이 많다. 프랑스 아문디그룹의 역량을 바탕으로 멀티에셋펀드 등을 출시해 해외펀드 운용 역량도 높일 계획이다.”
- 향후 브렉시트 영향은 어떨까.
- “당분간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판을 깨진 않을 것이다. 영국은 탈퇴하더라도 협상 결과에 따라 유럽 경제권에 머무를 수 있는 대안이 많다. 오히려 브렉시트는 국가간 공조를 강화해 안정성을 키웠다. 미국이 브렉시트 여파로 당분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브렉시트에 영향을 받은 미국 유권자가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면 그 후폭풍은 브렉시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