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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충치 때우는 소재 우리 제품이 세계 1등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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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충치 치료 때 치아 일부분을 깎는다. 이 때 깎은 곳을 메워 충치의 확산을 막는 게 치과용 충전재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치과용 충전재 세계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세계 3대 치과용 의료 소재 업체인 헨리샤인·사이브론·덴츠플라이 모두에게 제품을 공급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2%에 달한다.

의료시장 틈새 공략해 히든 챔프
두 번의 사업 실패 끝에 값진 성과
녹는 수술용 실 세계 7번째 개발
시장 진입 초기지만 중국서 약진

이 회사엔 충전재 말고도 글로벌 제품이 하나 더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체에 흡수되는 수술용 실인 생분해성 봉합사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개발했다. 시장점유율은 아직 2.3%지만 중국에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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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 안의 메타바이오메드 생산 공장에서 오석송 회장이 생분해성 봉합사를 양 손에 들고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이처럼 메타바이오메드는 의료시장의 틈새시장을 공략해온 강소기업이다. 세계 10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15년 매출 405억원 가운데 93%인 370억원을 수출로 올렸다. 작지만 강한 기업 메타바이오메드엔 오석송(63) 회장이 있다. 두 번이나 사업에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해 성공했다.

1973년 선린상고를 졸업한 오 회장은 금융권으로 간 많은 동창과 달리 일반 기업을 선택했다. 첫 직장인 유니온셀로판에선 재무팀에서 일했다. 이후엔 미국에 가발을 수출하던 대주실업에서 영업과 조직 관리업무를 맡았다. 87년 치과용 소재를 만드는 미국 회사 한국슈어프로덕트에서 관리이사로 근무하던 중 사업 기회가 생겼다.

89년 회사가 노사 분규로 문을 닫았다. 오 회장은 전재산 1억2000만원을 털어 회사를 인수했다. 미국 경영진이 회사를 빠르게 정리하기 원해 낮은 가격에 인수 할 수 있었다. 오 회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치과용 충전재는 진입장벽이 높다. 마진이 적음에도 높은 품질을 요구 받는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 지 잘 알고 있었고, 노조 문제는 대화로 풀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보 사업가의 꿈은 3개월 만에 무너졌다. 노조의 요구는 거셌다. 162개 조항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전재산을 잃었지만 그는 다시 도전했다.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현지인과 치과용 충전재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는 “준비 기간이 짧아 불량률이 높았고 인도네시아산 제품을 구입하는 곳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친척과 지인들에게 빌린 자금을 모두 날린 그는 93년 한국에 돌아왔다. 사업 시작 3년 만의 씁쓸한 귀국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댄 언덕은 고등학교 동창들이었다. 친구 일곱 명이 연대 보증을 서준 덕에 신용금고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93년 청주 모충동 건물 지하에 60평 사무실을 냈다. 오 회장은 “사장·경리·운전기사·작업반장·영업사원 역할까지 1인 5역을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재기한 그를 해외 바이어들이 다시 만나줬다. 이전보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자 다시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제품 개발에도 힘을 기울였다. 2000년 3월 국산 치과용 충전재 개발에 성공했다. 같은 해 미국 식품안전국(FDA) 승인을 받았고, EU의 제품안전인증인 CE마크를 획득했다.

98년 오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냈다. 전북대에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는 오 회장의 강연을 본 김학용 전북대 섬유공학과 교수가 사업을 제안했다. 당시 김 교수는 몸 안에서 녹는 수술실을 연구하고 있었다. 의기투합한 그들은 함께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생분해성 봉합원사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세계에서 단 6곳뿐이었다. 99년 개발을 시작해 2002년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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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회장은 “샘플 가방을 양손에 들고 의료기기 행사장을 찾아 다녔다”며 “한국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될 때까지 뻔뻔하게 달라 붙는 일 뿐”이라며 웃었다.

이런 오 회장을 독일 의료업체 비브라운이 인상깊게 살펴봤다. 비브라운은 미군용 생분해성 봉합사를 공급해온 기업이다. 2003년 이라크 전이 벌어졌다.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비브라운은 메타바이오메드에 제품 주문서를 보냈다.

김해동 비브라운 코리아 대표는 “메타바이오메드는 우리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한 기술력 있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메타바이오메드는 치과 의료 소재와 생분해성 봉합사 중심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생체 재료와 의료기기 등의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한 제품으로 척추시술용 일회용 경막외내시경카테타가 있다. 척추 염증을 촬영하는 초소형 영상기기다. 2014년 식약처 인증을 획득했고 중국 식품의약국(CFDA)에선 제품 인증을 진행 중이다.

오 회장은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 소재와 기기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선린상고를 나와 1973년 유니온셀로판 재무팀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83년 단국대 일어과를 졸업한 다음 미국계 치과용품 기업 한국슈어프로덕트에서 관리이사로 일했다. 89년 회사가 노사 분규로 문을 닫자 이를 인수해 90년 메타바이오메드의 전신인 KS상사를 설립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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