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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뛴 주식형…‘성실한 거북’ 채권형이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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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거북이’의 승리였다. 중앙일보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10일 운용 순자산 100억원 이상, 운용기간 3개월 이상 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 상반기 펀드 평가에서 채권형 펀드가 전체 국내 펀드 유형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채권형 펀드는 최근 6개월 동안 1.87%의 수익률로 주식형(-1.67%)과 주식혼합형(0.05%), 채권혼합형 펀드(0.43%) 등을 눌렀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평균 수익률이 4.94%에 달해 금·원유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 원자재형(16.37%)에 이어 전체 유형 중 수익률 2위에 올랐다.

2016 상반기 펀드 평가
반퇴시대 자금 이동 반영
국내 채권형에 3조대 유입
주식형은 순유출 2조 넘어

수익률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채권형 펀드에 몰린 자금 규모다. 올 상반기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3조249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1년간 총 순유입액 8997억원의 4배에 가까운 규모다. 채권형 상품이 대부분인 절대수익추구형 펀드에도 1조884억원, 해외 채권형 펀드에도 2958억원이 순유입됐다. 채권형 상품으로의 투자자금 쏠림현상이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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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 펀드의 강세는 저금리·고령화로 대표되는 ‘반퇴시대’의 도래와 이에 따른 은행 예금에서 투자로의 ‘머니무브’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닥으로 떨어진 은행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투자 상품의 변동성을 감내하기도 어려운 ‘안전 선호형’ 투자자의 자금이 채권형 펀드로 대거 몰렸다는 얘기다.

개별 국내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ETF와 KOSEF10년국고채ETF가 11.54%와 6.1%의 수익률로 1, 2위를 차지했다. ETF를 제외한 일반 펀드 중에서는 NH-Amundi (아문디)자산운용의 Allset국채10년인덱스펀드가 5.95%의 수익률로 최상위였고, 삼성자산운용의 삼성ABF코리아인덱스펀드(4.67%)가 뒤를 이었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이머징로컬본드(9.79%)·피델리티이머징마켓(9.34%)·JP모간이머징국공채(8.54%) 등의 펀드들이 수익률 최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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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는 올 상반기에도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고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6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순유출액만 2조2533억원에 달한다. 소유형별로도 코스피200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하는 K200인덱스형만 1.49%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유형들은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중소형 주식형 펀드는 손실이 -5.06%에 달했다. 운용 순자산 300억원 이상 자산운용사 40개 중 손실을 면한 운용사가 NH-아문디(1.47%)·베어링(1.46%)·교보악사(1.24%) 등 12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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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PSG자산운용의 선전 정도만이 위안거리였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인 이 업체는 운용 자산액이 300억원 미만이라 수익률 순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개별 상품 수익률에서 2관왕에 올랐다. 주식형 펀드인 유경PSG액티브밸류펀드와 주식혼합형 펀드인 유경PSG좋은생각자산배분형펀드는 각각 8.96%와 9.73%의 수익률로 순자산 100억원 이상인 해당 유형별 펀드 수익률 순위 1위에 올랐다.

이규홍 NH-아문디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반기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맞물려 채권 금리가 대폭 하락해 채권형 펀드가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 말했다.

박진석·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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