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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소아내분비질환, 나무 아닌 숲을 보고 치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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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세영 교수가 사춘기가 빨리 찾아온 9세 어린이의 성장 속도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건상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다른 진료과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질병을 치료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질환이 신체 발육은 물론 정서 발달,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성장 과정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세영 교수는 질환별 적정 치료와 함께 아이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상담·교육을 가장 중시한다. 환자와 부모의 마음을 잘 보듬는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명의 탐방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세영 교수

소아질환은 지금까지 심장, 신장, 위장관 같은 장기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요즘엔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비만, 당뇨병, 성조숙증, 갑상샘질환처럼 내분비계 문제로 고통받는 소아청소년이 늘었다. 김세영 교수는 크게 주목받지 않던 소아내분비 분야에 일찍 눈을 뜬 의사다. 수련(인턴) 과정이 끝날 무렵 갑상샘 수술을 받은 게 결정적인 계기다.

김 교수는 “스스로 환자가 돼 보니 아픈 사람의 심정을 절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분비기관을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 계기”라고 말했다. 이후 수십 년간 소아내분비 환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몸속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내분비기관의 진단·치료는 복잡하고 까다롭다. 일부 장기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질환을 유발해서다. 내분비계는 성장과 삶의 질, 정서·심리 발달과 모두 연결된다. 소아당뇨병처럼 한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할 만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는 질환인 셈이다.

갑상샘 수술 받고 진로 결정

소아내분비질환 치료의 성패는 환자·보호자가 의사의 처방과 조언을 얼마나 잘 따르느냐에 달려 있다. 치료 과정의 대부분이 진료실 밖에서 이뤄진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저신장증처럼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소아가 대표 사례다. 장기간 일정 시간에 맞춰 스스로 혹은 보호자가 주사를 놓아야 한다. 처방은 의사가 내리지만 실천은 온전히 환자·보호자의 몫이다.

당뇨병 역시 마찬가지다. 당뇨는 자가면역질환인 제1형 당뇨, 인슐린 반응 기능이 떨어지는 제2형 당뇨로 나뉜다. 1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서는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주로 식전에 직접 주사해야 하지만 단체생활을 하는 소아청소년에겐 쉽지 않다. 식이요법과 운동, 체중 관리는 스스로 깨닫고 신경 쓰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김 교수가 상담과 교육에 유난히 신경 쓰는 이유다. 대부분의 보호자가 아이의 주사 스케줄이나 식이요법을 챙긴다. 그는 “환자 스스로 병을 이해하고 생활하는 틈틈이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지속적인 반복 교육으로 아이를 이해시키고 치료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친구처럼, 부모처럼 환자 돌봐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진료실을 찾으면 교육 책자를 일부러 읽게 한다. 작성해 온 식사·투여일지를 아이와 함께 꼼꼼히 점검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 생활이나 치료 과정의 고충을 상담한다. 때로는 다정한 친구처럼, 때로는 부모처럼 얘기를 나눈다. 아이의 뇌는 어른보다 예민하다.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식증처럼 자칫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정서 교감을 가장 중요하 게 여긴다. 생활습관 교정을 위해 아이를 무작정 다그치기보다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다.

6세, 9세 딸을 둔 이수현(37·여)씨는 이런 상담 덕분에 의료진에 대한 신뢰감이 커진 경우다. 분당제생병원과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두 아이 모두 성조숙증 진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김 교수는) 분당 지역 엄마들 사이에서 친절하고 실력이 좋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직접 내분비질환 진료를 받아 보니 검사에서부터 상담, 치료 과정을 세심히 신경 써 줘 안심이 된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지역민, 서울 인근뿐 아니라 제주도에서 환자·보호자가 비행기를 타고 찾아올 정도다.

동료들도 자녀 진료 부탁

같은 병원의 의사, 간호사 의료진들도 자녀 문제를 김 교수에게 믿고 맡긴다. 원내 간호사인 정미진(43·여·가명)씨가 그렇다. 또래보다 빨리 찾아온 딸의 사춘기 때문에 고민하다 2년 전부터 김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정씨는 “정확한 진단을 거쳐 올바른 치료법을 제시해 준다. 성장 치료를 할 때 과잉진료가 의외로 많다. 기대감만 키울 뿐”이라며 “김 교수는 적정 진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해 많은 의료진이 망설임 없이 자녀의 치료를 맡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그동안 성장호르몬, 성조숙증 치료제 임상연구를 수차례 진행해 왔다. 2014년부터 1년간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에서 교환교수로 일했다.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다양한 임상 사례를 경험하고,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에 참여했다.

앞으로는 갑상샘질환과 당뇨병 연구에 좀 더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교환교수 생활을 하면서 연구의 재미를 다시 한번 느꼈다”며 “환자가 많은 성장호르몬 치료, 성조숙증에 대한 연구, 그와 함께 극복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은 당뇨병, 갑상샘 질환 연구에 보다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아내분비질환 증상일 수 있어요

· 1년에 4㎝ 이상 크지 않는다
· 1년에 7㎝ 이상 자라고 또래에 비해
· 성장 속도가 빠르다
· 구토를 하거나 복통을 호소하며 살이 빠진다
·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변한다
· 부모가 초등학생 시절 성장이 일찍 멈췄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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