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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100만 달러가 얼마 안되는 돈?…상식을 저격하는 트럼프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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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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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의 미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길

(원제: 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 지음
미국 스레스홀드 에디션스

“미디어가 나를 이용하는 방식대로 나는 미디어를 이용한다. 일단 내가 주목을 받으면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할지는 내게 달려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는 등 미국 정치를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의 정치는 그간의 미국 선거의 상식을 모조리 파괴하며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다. 그의 독설, 막말 정치도 요즘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정치는 연구 대상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그의 저서 『불구의 미국』은 선동이나 다름없는 역발상 선거에 나선 트럼프의 심리를 보여준다.

표지부터 상식 파괴다. 성난 표정으로 노려보는 표지 사진에 대해 트럼프는 “어떤 독자는 왜 화난 표정을 표지에 담았는지 궁금해 할 것”이라며 “나는 예쁜 사진도 있지만 그건 적절치 않았다. 이 책은 불구가 된 미국을 말하는 만큼, 나는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담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 책에서 ‘작은 돈’을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사업을 시작할 때)얼마 안 되는 돈을 빌려줬다. 준 게 아니라 빌려준 것이다. 100만 달러 정도”라고 썼다. 우리 돈 11억6000여 만원을 작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거부 트럼프’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100만 달러는 작은 돈에 불과한 만큼 큰 돈을 번 트럼프가 미국을 부자로 만들어 주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주는데 도움이 된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세간에서 돌아다니는 얘기를 거침없이 꺼낸다. 골프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선 “제대로 된 사람들과 골프를 치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들과 골프를 쳐야 한다. 그의 친구들이 아니고”라고 비판했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 의 골프를 놓고 오랜 친구들, 측근들에 집중돼 있지 의회와 정치권으로 확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상품을 철수시킨 메이시 백화점의 최고경영자(CEO)를 놓고도 “친구의 배신”이라며 사석에서나 할 법한 얘기를 공개적으로 꺼냈다. 그의 상식 파괴는 미국 정치는 점잖을지 몰라도 무능하다는 조롱이나 다름없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대중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 단 상식 파괴 선거전은 이젠 신선함을 잃으며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베스트셀러

①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론 체르나우 지음, 펭귄=미국 첫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전기. 흥행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원작.

② 빌 오라일리의 전설과 거짓(Bill O‘reilly’s Legends and Lies), 데이빗 피셔 지음, 홀트=미국 독립혁명에 대한 이야기들. 폭스뉴스 시리즈의 자매판.

③ 호흡이 공기가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 폴 캘러니티 지음, 랜덤하우스=36세에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의사의 회고록.

④ 해밀턴: 혁명(Hamilton: the Revolution), 린 마누엘 미란다, 제레미 매카터 지음, 그랜드 센트럴 멜처=그래미·토니·퓰리처상을 휩쓴 뮤지컬 해밀턴의 대본.

⑤ 투지(Grit), 앤젤라 덕워스 지음, 스크리브너=열정과 인내가 성공의 열쇠라는 한 심리학자의 분석. <집계=뉴욕타임스, 비소설 부문>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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