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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드 배치 확정…정교한 관리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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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미가 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확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의 실전 효용성 논란과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도입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여섯 차례나 발사하며 핵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사드 도입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제 사드 도입이 확정된 만큼 배치 과정에서의 부작용과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할 치밀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식하는 것이 급선무다. 두 나라는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드 도입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신호탄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부는 지난해 사드 도입 논란이 불거지자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기다렸다는 듯 미국과 도입 협상을 개시했다. 그 뒤 넉 달 만에 배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런 전광석화 같은 결정 과정을 보면 한·미가 미리 답을 정해놓고 발표 시점만 조율해 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 만큼 한·미는 사드의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오직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해서만 운용하고 제3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발표를 엄수해야 한다. 사드가 자위의 수단을 넘어 동북아 지형을 뒤흔드는 군사적 위협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 중국·러시아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사드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를 재연해 한반도를 신냉전의 최전선에 몰아넣고, 북핵 협상이나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무기에 무기로만 대응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적절한 시기에 핵 동결을 목표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사드 배치 비용과 부지 선정에도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사드 배치에 드는 돈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부지만 제공한다지만 미군의 첨단 전략무기가 들어오는 만큼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부담이 추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지 선정 역시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미는 이런 우려들을 확실히 해소할 방안부터 확정한 뒤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

야당과 지역사회의 전향적 대응도 절실하다. 군사적 자위 수단인 사드를 이념이나 정쟁의 차원에서 막무가내로 반대한다면 남남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결과만 빚을 뿐이다. 배치 후보지인 칠곡·음성 등지에서 자치단체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까지 가세해 ‘저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안보 현안을 둘러싼 지역이기주의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만큼 대승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사드가 배치될 지역 주민의 안전과 불이익 구제를 위한 정부의 확실한 대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