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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의정부고 학생들의 '싱크로율 100%' 졸업사진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월호 참사 이후에 수학여행도 못 가고 사실상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게 졸업사진 뿐이에요.” (의정부고 3학년 김인혁 군)

아이디어를 내느라 친구들과 밤새 고민했어요. 각자 독특한 아이디어로 사진 촬영을 준비한 시간은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의정부고 3학년 이준경 군)

독특한 컨셉과 실물에 가까운 분장으로 매년 화제를 모으는 경기도 의정부고의 졸업앨범 사진 촬영이 진행된 8일. 정문을 통해 등교하는 의정부고 학생들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아이디어 회의와 분장 준비로 전날 한 숨도 자지 못했다는 이군은 ‘은둔형 외톨이’ 컨셉으로 졸업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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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캐릭터로 분장한 모습 [사진제공=의정부고 학생들, 의정부고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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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나이키`가 된 의정부고 학생 [사진제공=의정부고 학생들, 의정부고 페이스북 캡처]

이군이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은 모습을 연출하자 친구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각계각층의 유명인사가 아닌 이런 컨셉으로 사진촬영을 준비한 이유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외롭게 지내는 친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군은 “학교를 다니면서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며 “그런 친구들에게 ‘너희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니까 어깨를 피고 당당히 살아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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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프로그램이었던 `프로듀스 101` 패러디한 모습 [사진제공=의정부고 학생들, 의정부고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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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의정부고 학생들 모습 [사진제공=의정부고 학생들, 의정부고 페이스북 캡처]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은 2009년부터 그 해 화제가 된 이슈나 영화, TV 프로그램을 소재로 독특한 분장을 한 채 졸업사진을 찍어왔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에는 그 해 정치·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화제가 된 사건들이 모두 담겨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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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패러디 한 의정부 학생들 모습 [사진제공=의정부고 학생들, 의정부고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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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병헌 패러디한 모습 [사진제공=의정부고 학생들, 의정부고 페이스북 캡처]

실제 이날 졸업사진 촬영 현장에는 영화 ‘곡성’과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패러디한 학생들부터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의 모습처럼 분장한 학생들이 가득했다. 특히 영화 ‘내부자들’에 출연한 영화배우 이병헌씨의 모습을 그대로 패러디한 학생은 영화 속 장면처럼 왼손으로 라면을 먹는 모습까지 재연해 주변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미세먼지를 주제로 분장을 준비하는 등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재치 있게 드러낸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윤상연(18) 군은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카메라 앞에 서자 바닥에 앉아 버너와 불판을 꺼냈다. 이어 방독면 마스크를 쓴 채 준비해 온 고등어 두 마리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고등어 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의 발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윤군은 “환경부 발표를 듣고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졸업사진 찍을 때 생각이 났다”라고 했다.

다만 이 날 촬영 현장에는 ‘상업적 사진과 정치적 인물은 피하라’는 학교의 방침에 따라 정치인으로 분장한 학생들의 모습은 눈에 띠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들 입장에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큰 행사인데 학교에선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정부고 1·2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의 촬영을 지켜보는 내내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의정부고 2학년 유준혁(17)군은 “선배들이 세워온 이 전통을 이어받아 내년 제 차례에는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오겠다”고 말했다.

서준석·김유빈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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