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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에도 복권 열풍…생생히 묘사한 그림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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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산 초량촌(현 중구 용두산 일대)에 모여든 수백 명의 시선이 높은 무대 위 세 사람에게 쏠려 있다. 그 중 한 명이 둥근 통에서 번호가 적힌 나무패를 꺼내 건너편 관리에게 건넨다. 이 관리는 숫자를 장부에 적고 모여든 사람에게 큰 소리로 번호를 외친다. 당첨된 이들이 내지르는 환호성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아쉬운 탄식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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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부산 초량촌에서 복권 추첨이 열리던 모습. [사진 부산근대역사관]

현재 로또 복권 추첨 방식과 유사한 개화기 복권 추첨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1892년의 그림이다. 많은 백성이 추첨장소에 모여든 걸 보면 당시에도 복권 열풍이 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복권 한 장이 50전이었는데, 지금 물가로 환산하면 2만5000원 가량된다. 당시 복권 당첨금은 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1892년 제작된 화첩에 기록돼 있어
부산 개항 140주년 기념 특별전 마련

이 그림은 1892년 제작된 화첩 ‘조선견문도해(朝鮮見聞圖解)’에 있다. 개항기 작가 미상의 일본인 화가가 부산항 일대에서 조선 풍속을 그려 만든 것이다. 화첩에는 복권 추첨 외에 기생·인분처리 모습 등 그림 41점이 있다. 일본어 설명도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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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의 일본인 화가가 그린 조선견문도해. 화첩에는 당시 조선풍속을 그린 그림 41점이 있다. [사진 부산근대역사관]

이 화첩의 원본과 화첩 속 그림 사본이 부산 중구 근대역사관에 전시돼 있다. 1876년 병자수호조약으로 개항한 부산항의 개항 1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화첩의 그림 외에 1880년대 오륙도·절영도 등 부산항 일대와 대마도는 물론 조선후기 200여 년간 있었던 초량왜관의 내부구조를 상세하게 묘사한 ‘포산항견취도(浦山港見取圖·1881년)’, 1900년대 초 동래와 부산을 그린 ‘동래부산도병(東萊釜山圖屛)’도 있다. 미국인 선교사가 개발해 부산에서 유행한 드링크제 ‘만병수’ 등 당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실물 자료 200여 점도 선보인다.

하인수 부산근대역사관장은 “부산항 개항으로 서양과의 문물교류가 활발해졌다”며 “전시회에서 당시 시대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다음달 21일까지 열린다. 무료.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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