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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정규직 과보호 해소, 경제성장에 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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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는 노동시장 개혁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또 “상품시장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면 품질 개선과 같은 효율성이 증진된다”고 지적했다. OECD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16 고용전망(OECD Employment Outlook 2016)’ 보고서를 7일 발표했다.

스페인 등 3개국 개혁 효과 분석
경기상승 때 단행해야 손실 줄어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최근 노동개혁을 단행한 스페인,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3개국의 고용효과를 분석했다. 에스토니아는 경기침체가 시작되던 2009년 7월, 스페인과 슬로베니아는 경기 저점에 허덕이던 2012년 3월과 2013년 4월 각각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정규직 해고 비용을 줄이거나 파견을 확대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와 함께 법인세·소득세·최저임금을 확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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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의 분석 결과 정규직 중심의 고용시장을 개혁하면 처음엔 일정기간 고용 손실이 나타나지만 3년째부터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심할수록 개혁으로 인한 단기적 손실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OECD는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주로 불안정한 직무에서 일하는데 이런 직무는 개혁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중구조가 심각한 스페인이 노동개혁을 단행한 시점은 경기저점이었다. 당시 스페인 노동계를 중심으로 실업률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란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실업률 증가 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전보다 0.08%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스페인만큼 이중구조가 심한 슬로베니아도 개혁 이후 2년 동안 실업률이 0.55%포인트 상승하는 정도였다.

반면 개혁이 단행된 지 2년 후엔 신규 고용 중 정규직 고용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스페인이 3.1%포인트, 슬로베니아는 10.8%포인트나 증가했다. 정규직 보호 완화가 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낸 셈이다. 에스토니아는 개혁 당시 63.8%대이던 고용률이 개혁조치 첫해(2010년)에 61.3%로 떨어졌지만 2011년 65.3%로 오른 뒤 지난해에는 71.9%에 이르렀다.

OECD는 비록 미미하지만 개혁에 따른 단기적인 손실을 줄이려면 경기상승 국면일 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러나 회원국에서 시행되는 대부분의 개혁이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침체기에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 손실이 불가피하고 봤다.

이런 단기 손실을 방지하려면 직업능력개발, 교육개혁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관계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이 OECD의 진단이다. 산별교섭과 같은 집단적 교섭제도를 개혁하라고 권했다. 개별기업의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교섭에 유연성을 부여해야 개혁에 따른 단기적인 고용손실을 축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일시적으로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연장하고, 수급자격 범위를 확대하는 사회보장책을 완충정책으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OECD가 분석한 국가는 한국처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국가”라며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을 늘리지만, 정규직 중심의 고용시장을 개혁하면 오히려 정규직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도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노동개혁을 하루빨리 단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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