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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임형 ISA 첫 3개월 수익률 뜯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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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1.32%, 연환산 5.28%의 수익률. 지난 3월 판매가 시작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그 중에서도 일임형 ISA 상품 103개의 3개월 평균 성적표다. 일임형 ISA는 가입자가 투자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가 상품의 선택과 운용을 책임지는 형태다. 투자자는 말 그대로 금융사에 일임하면 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3개월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103개 상품의 개별 수익률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상품을 잘 고른 누군가는 3개월만에 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선택에 실패한 누군가는 손실을 피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일임형 ISA는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초고위험의 5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초저위험에는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신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정기예금 등 안정형 자산들이 편입된다. 반대로 초고위험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큰 손실도 볼 수 있는, 변동성이 큰 상품이 편입된다.

각 유형마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몇 개씩의 모델포트폴리오(MP) 상품들이 있다. 이번에 3개월 수익률이 처음 공개된 상품은 13개 증권사가 판매한 103개 상품이었다. 1.32%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이 103개 상품의 3월14~6월14일 수익률을 묶어 평균을 낸 수치다. 개별 상품별 수익률은 최저 0.1%에서 최고 5.01%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초고위험 상품 15개는 0.23~4.92%, 고위험 상품 27개는 0.1~5.01%, 중위험 상품 25개는 0.4~2.42%, 저위험 상품 24개는 0.34~1.81%, 초저위험 상품 12개는 0.28~1.16%였다.

‘일임형 ISA 대전’ 1라운드의 승자는 NH투자증권과 HMC투자증권이었다. 두 증권사는 각각 2.32%와 2.16%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1,2위를 차지했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평균 수익률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형에서 고르게 선전했다.

저위험 상품 수익률 순위에서 NH의 ‘QV안정추구A’(1.81%)와 ‘QV안정추구P’(1.58%)가 1,2위를 차지했다. 중위험 상품 수익률 1,2위도 NH의 차지였다. ‘QV중립A’와 ‘QV중립P’가 각각 2.42%와 2.04%의 수익률로 타사 상품들을 모두 따돌렸다. 초고위험 상품인 ‘QV 공격A’와 ‘QV공격P’도 각각 4.16%, 3.41%의 수익률을 기록해 해당 유형 4,5위에 이름을 올렸다.고위험 상품인 ‘QV 적극A’(3.06%)와 ‘QV 적극P’(2.06%)도 각각 해당 유형에서 4,7위에 위치했다.

NH의 선전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편중되지 않은 투자대상 선정과 ▶적절한 리밸런싱이었다. 대부분의 증권사와 달리 NH은 해외 신흥국을 특정해 겨냥한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신흥국 시장의 단기 고수익률을 장기적으로는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NH는 또 지난 5~6월에 편입 자산 리밸런싱을 실시하면서 시장에 적극 대응했다. 유가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해 25%의 수익률을 기록한 뒤 6월에 매도해 이익을 실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NH의 선전은 전반적으로 일임형ISA 투자자에게 좋은 일이다. NH의 일임형 ISA 운용규모가 185억원으로, 증권업계 전체 운용규모(280억원)의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평균 수익률 2위를 차지한 HMC는 ‘깜짝 스타’다. 지난 3월 ISA 판매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중소형 업체인 HMC의 선전을 예상했던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HMC는 발군의 성적을 올렸다. 103개 개별 상품 중 5.01%의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이 바로 HMC의 고위험 상품인 ‘수익추구형 B2(신흥국, 대안투자형)’였다. 연환산 20.04%에 해당하는 높은 수익률이다. 2위와 4위도 HMC의 상품이었다. 초고위험 상품인 ‘고수익추구형A1(선진국형)’은 4.92%, 고위험 상품인 ‘수익추구형A2(선진국형)’가 4.58%의 수익률로 이 자리를 차지했다. HMC 관계자는 "1분기 시장 상황과 절세 효과에 초점을 맞춰 국내 자산보다는 해외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던 게 좋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각 유형별로 고른 수익률 분포를 보이면서 평균 2.12%로 업계 평균 수익률 순위 3위에 올랐다.

고개를 떨군 업체들도 있었다. SK증권은 평균 0.41%의 저조한 수익률로 13개 증권사 중 꼴찌였다. 이 업체의 9개 상품 중 수익률 1%를 넘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고위험 상품인 ‘적극투자형A’는 전체 103개 상품 중 가장 낮은 0.1%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SK증권 관계자는 “ISA에 편입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환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수익으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0.7%), 신한금융투자(0.86%), 키움증권(0.9%)도 1% 미만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임형ISA의 첫 3개월 수익률 자료에서는 몇 가지 특징을 잡아낼 수 있다. 대체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한 업체들의 수익률이 높았다. 전체 수익률 1위였던 HMC의 ‘수익추구형 B2’는 성장하는 신흥국 투자 비중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인프라 펀드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취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태평양주식형(30%)·중국주식형(30%)·해외 섹터주식형(20%)·해외 신흥국주식형(20%) 등 신흥국 중심의 주식형펀드에 자금을 100% 투자했다. HMC의 초고위험, 고위험 상품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100%다. 업체별 평균 수익률 3위에 오른 메리츠종금증권도 브라질·러시아·베트남 투자 비중을 높인 것이 고수익으로 연결됐다. 이들 지역은 올 상반기에 주가지수가 크게 상승한 지역들이다. 반면 수익률 최하위인 SK증권의 위험자산 편입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초고위험 상품 75%, 고위험 상품 60% 정도였다.

하지만 위험도가 높다고 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었다. 고위험, 초고위험을 표방하면서도 저위험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은 상품들도 즐비했다. 수익률 하위 10개 상품 중 절반이 고위험, 초고위험 상품이었다. 위험도가 높을 수록 ‘모 아니면 도’식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 저위험 상품들은 상호 간 수익률 격차가 1%포인트 정도였던데 반해 고위험, 초고위험 상품들의 수익률 격차는 4~5%포인트에 달했다. 그 만큼 위험도가 높은 유형일수록 업체와 상품 선택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만 첫 3개월 수익률을 전부인 것처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은 곳은 지난 3개월간 국내외 증시 등 투자 대상 자산의 움직임과 투자 전략이 잘 맞아떨어져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하지만 3개월은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인데다가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같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1년은 지켜봐야 제대로 업체간 우열을 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별 수익률 비교는 금융투자협회가 일임형 ISA 수수료와 수익률을 비교해 볼 수 있는 ‘ISA다모아’ 비교공시시스템 2단계(isa.kofia.or.kr)를 개설하면서 가능해졌다. 금투협은 앞서 지난 5월 ISA 판매 및 운용 현황, 신탁형 ISA 수수료 현황 등을 볼 수 있는 ISA 비교공시시스템 1단계 서비스를 개시했다. 금투협은 앞으로 회사별, 상품별 위험도 등 검색조건 입력을 통해 수익률 조회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증권사보다 한 달 늦게 일임형 ISA 상품을 출시한 4개 은행의 수익률은 7월 말에 공시된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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