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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① 할인 항공권 그대로 잡아두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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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입니다. 지난 몇 달간 싼 항공권 찾느라 고군분투 하셨을텐데요.

(지금도 분투하고 계신가요!)

 미국에 옵션스 어웨이(Options Away)라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좋은 가격의 항공권을 찾았는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 곧바로 사지 못한 경험, 다들 있으시죠? 그럴 때 지금 보고 있는 가격을 한동안 그대로 잡아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옵션스 어웨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런 심리를 파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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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스 어웨이 홈페이지 캡처

| 시간 지나도 그 가격 그대로
예를 들어 시카고에서 시애틀까지 가는 204달러 짜리 항공권을 1주일 간 홀드해 달라고 29달러를 냅니다. 1주일 동안 홀드해 놓은 항공권이 더 비싸져도 계속 204달러에 살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진 가격에 사면 되고, 아예 더 싼 다른 항공권을 찾게 되면 그걸 사도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항공권 가격은 비싸지게 마련이니까 옵션을 걸어두는 게 더 좋은 방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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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달러(약 3만3000원)가 아까우신가요? 옵션스 어웨이는 여행ㆍ출장가기 몇 달전부터 정확한 일정을 알고,  싼 항공권을 쪽집게같이 찾아내는 사람에겐 유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자 롭 브라운은 “내 주변엔 ‘더 일찍 샀으면 더 쌀 걸 그랬네’하는 사람 투성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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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기부터 발전한 옵션 개념
옵션스 어웨이는 말 그대로 시장의 옵션 개념을 활용한 사업입니다. 콜옵션, 풋옵션 같은 단어를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겁니다. 옵션은 미리 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자산을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데서 생기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고 하죠. 요즘은 증시ㆍ외환시장에서 특정 시점의 곡물이나 통화 가치를 잡아둬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용도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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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은 항공권 가격을 놓고 아비트리지(arbitrageㆍ차익거래)를 하기도 한다는데요.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특정 기간의 여러 항공권에 대한 옵션을 미리 사두고 그 중 일부 항공권의 가격이 떨어지길 노리는 겁니다. 단순 옵션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아직 한국에선 이런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드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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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가격이 이처럼 많은 아이디어를 낳는 것은 곡물 같은 커머디티(상품)와 달리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정확한 가격 산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옵션스 어웨이 같은 서비스는 이런 항공권 가격 변동성에 ‘더 싼 항공권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인간 심리를 복합적으로 담아낸 개념인 셈입니다.

옵션스 어웨이의 옵션은 10달러에서 29달러까지이고 최대 30일까지 결정기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옵션 가격은 여행 시기, 옵션을 잡아두는 기간, 항공권 가격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또 옵션스 어웨이 사이트에서 직접 거래하는 게 아니라 이 업체와 계약을 맺은 익스피디아, 카약 등 유명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 ‘홀드(Hold)’ 아이콘이 달린 항공권에 한해 거래할 수 있습니다.

| 화요일에 사는 게 가장 싸다
그러고보니 언제 항공권을 사는 게 가장 좋은지 궁금해지는데요. 월별로는 당연히 비수기겠고, 요일별로는 화요일에 사서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출발하는 게 가장 싸다고 합니다. 미국 항공사공시공사(ARC) 등이 조사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제가 간단한 검색을 해보니 인천-시애틀 왕복(이코노미석 직항 기준)의 경우 1주일 여정으로 9월 6일 화요일에 출발하면 98만5800원이었던 반면, 9월 3일 토요일은 112만5000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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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요일 룰’은 출발 예정일 3주 이전에 항공권을 살 때만 적용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물론 직항 대신 경유를 택할 수 있다면 더 싼 항공권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할인 이벤트 ‘오즈드림페어’도 화요일에 내놓길래 문의한 결과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무튼 요커(중국인 관광객) 등 글로벌 여행객의 증가로 옵션스 어웨이처럼 더 좋은 조건의 항공권을 구입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지 궁금했던 어려운 경제학 개념이 항공권 구입처럼 실용적인 일에 활용되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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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그래픽=김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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