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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남만 주는 공기업 가족수당은 성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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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에서 일하는 국가공무원은 가족구성원의 숫자에 따라 ‘가족수당’을 받는다. 가족을 부양하는 공무원에게 급여 이외의 추가 수당을 지급해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수당 지급액은 부양가족 1인당 2만~4만원이다.

부모와 같이 안 살면 장녀는 제외
20대 여성 직원 진정에 개선 권고

문제는 실질적인 가장(家長) 역할을 하는 직원이라 해도 성별에 따라 가족수당 지급 기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월 부산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이모(29·여)씨는 ‘수당 지급 기준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부모님과 따로 사는 경우 장남(家長)에겐 가족수당을 주지만 장녀에겐 주지 않는 규정을 문제 삼았다. 이씨는 부모와 따로 살았지만 남동생이 학생이라 실질적으로 부양하는 상황이었다. 이씨가 다니는 직장은 공무원 수당 규정 제10조 1항에 따라 직계가족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경우에만 부양가족 수당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1988년부터 가족과 따로 사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장남에게는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2005년 그 범위를 무남독녀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장녀의 경우 ‘사회통념상 부양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왔다. 이씨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당 공기업은 “사회통념을 반영한 지급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사회통념상 부모 부양은 여성이 아닌 남성의 역할이라는 주장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성별에 따라 수당 지급 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며 해당 공기업에 수당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다른 형제자매가 있더라도 장녀가 부모 부양을 책임지는 등 가족 형태가 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당 지급 기준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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