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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한반도 ‘전술핵 배치’ 주장 나오자 ‘유사시 반입론’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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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91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선언’ 이후 우리 정부의 비핵화 정책은 불변이다. 하지만 올 들어 핵배치론이 슬금슬금 번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때문이다.

김정은 잇단 핵 위협 맞설 대책 논의
재배치 땐 북핵 반대 명분 사라져
“한반도 밖 미군서 수시간 내 조달”
한국 전투기에도 장착 시스템화
미군, 나토엔 2019년까지 추진

1월 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핵 위협 수위를 높이더니 이젠 말끝마다 “핵 공격”이다. 지난달 3일 전략군절(미사일부대 창설일)을 맞아 “핵 선제공격 능력이 더 높은 경지에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고, 13일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선 “핵 대국, 군사 최강국인 선군 조선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인재들을 더 많이 키워내야”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핵 위협에 대한 ‘맞짱’으로 국내외의 전술핵 배치 주장도 커지고 있다. 전술핵 배치는 가능하고, 의미가 있는 것일까.

◆누가, 왜 주장하나=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3월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 (북한과) 핵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다. 홍 지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심각하고, 사드(THAAD) 배치로는 한반도의 군사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추 대사는 답하지 않았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도 최근(5월 20일) “북한의 핵공격 시 자동으로 평양에 미국의 핵폭탄이 투하되도록 미 전술핵을 한시적으로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연구소 창설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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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에서도 진작부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클라크 머독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5~2050년 미 핵전략 및 준비태세 보고서(프로젝트 아톰·Project Atom)’에서 “전술핵무기의 전진 배치는 북한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한다’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미 정부에 권고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미국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신안보센터(CNAS)와 국립공공정책연구소(NIPP) 등이 참여했다.

김희상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도 “전술핵 재배치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핵우산 역할을 강화하고, 동시에 핵무장론을 잠재워 한·미 원자력협정 등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술핵 재배치가 우리 군이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킬체인은 유사시 북한 지역의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개념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만만한 이슈가 아니다. 당장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폐기된다. 북한의 핵 개발에 반대할 명분도 없다. 미 정부도 현재로선 반기지 않는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요즘 대안으로 제기되는 게 ‘전술핵 반입론’이다. 유사시에만 한반도에 전술핵을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자는 논리다. 일종의 맞춤형 억지전략이다. 구체적으론 미국이 개발 중인 B61-12 신형 전술핵폭탄을 유사시 한·미 공군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한반도 밖에서 미군이 관리하는 전술핵을 유사시 수 시간 만에 반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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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1억5400만 달러를 투입해 2019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 5개국 전투기에 신형 전술핵무기 B61-12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전술핵무기 연장계획(LEP)에 따르면 동맹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에 2025년부터 장착할 예정이다. 이 전술핵은 전투기에서 투하된 뒤 표적에 정밀 유도되며, 지하침투 후 폭발해 지하벙커를 파괴한다. 50㏏(킬로톤)급이지만 지하에선 파괴력이 더 커 750㏏∼1.25Mt(메가톤)의 폭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전술핵 반입론도 공론화가 되면 찬반 논란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시대 들어서 이런 위험한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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