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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정당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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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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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갈 길이 아득히 멀어도 나는 온 힘을 다해 탐구하겠다(路曼曼其修遠兮 吾將上下而求索).”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진리를 찾으려는 초(楚)나라 시인 굴원(屈原)의 다짐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 1일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이소(離騷)의 이 구절을 인용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이날 연설문 1만2000자를 80분에 걸쳐 낭독했다. 박수가 34차례 쏟아졌다. “어떤 외국도 우리가 핵심이익을 거래할 것으로 기대치 말라”고 말하자 가장 긴 18초간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23일 상하이(上海)에서 태동했다. 전 당원 57명을 대표해 13명이 모였다. 도중에 프랑스 조계 경찰에 발각됐다. 저장(浙江)성 자싱(嘉興) 호수로 도망쳐 배 위에서 창당을 마쳤다. 날짜가 불분명해 창당일을 7월 1일로 삼았다. 백 년 정당을 5년 앞두고 당원 8875만8000명의 세계 최대 집권정당으로 성장했다.

시 총서기는 “거울이 있어 모양을 비추고, 지난 일이 있어 오늘을 알 수 있다”(明鏡所以照形 古事所以知今)며 『삼국지(三國志)』를 인용해 역사를 반추했다. 같은 책의 “공을 이루려면 인재를 널리 써야 한다”(功以才成 業由才廣)는 구절과 『대학(大學)』의 “백성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백성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得衆則得國 失衆則失國)”는 말로 민심을 다독였다. “자신이 바르지 않은데 어찌 타인을 올바르게 할 것인가”(己不正 焉能正人)라는 『논어(論語)』 구절로 당 조직을 추슬렀다.

시 총서기는 중국 정치 시스템을 자부한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좋은지는 중국 인민의 판단을 봐야지 색안경 낀 사람들의 주관적 억측을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쭌이(遵義)를 찾아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는 마을 주민들이 우는지 웃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웃으면 좋은 것이고 누군가 울면 고치고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중국은 인류를 위한 더 나은 사회제도를 탐색해 중국의 방안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중국 공산당은 통치 정당성을 선거에서 찾는 민주주의는 거부한다. 포퓰리즘에 취약하다는 이유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힘을 얻었다. 대신 업적으로 평가받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를 추구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다스리는 현인정치(賢人政治)다. 권력은 부패한다는 전제 아래 견제와 균형 원리에 따른 삼권분립도 반대한다. 그렇지만 시 총서기는 “공산당의 최대 위협은 부패”라며 “부패를 저지르거나 저지를 상상도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국민의 풍요로운 생활을 약속한 샤오캉(小康·소강) 이후의 사회도 말했다. “공산주의라는 원대한 이상”을 말하며 중산층 사회를 넘어 대동(大同) 사회를 암시했다. 중국의 백 년 정당의 꿈은 더 나은 정치제도를 찾으려는 인류사적 실험이다. 인도의 불교를 수백 년을 거치며 중국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웃의 실험에 색안경은 벗고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