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인세율 인하 추진…조세 피난처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16.07.04 15:56

영국이 조세 피난처 전략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기업의 탈출 도미노를 막기 위해서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법인세율(명목 기준)을 15% 아래로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0% 안팎이다. 오스본의 말대로라면 세율이 적어도 5%포인트 정도 낮아진다. 파격적인 인하다. 주요국 가운데 법인세율을 15%로 정한 나라는 아직 없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법인세율은 40% 선이다. 독일은 29% 정도를 물리고 있고, 많은 다국적 기업의 유럽 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세율도 33.99%다. 사실상 조세 피난처인 아일랜드가 12.5% 수준이다.

오스본이 개인 생각을 말한 게 아니다. BBC 방송은 “재무부 대변인이 인터뷰 기사가 맞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다만 언제 세율 인하가 이루어질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미 영국은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중이다. 이미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에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세율을 17% 낮추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우선 내년에는 세율을 19%로 낮춘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오스본은 인하폭을 좀 더 확대하는 셈이다.

오스본은 FT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여전히 기업에 개방된 나라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세율 인하는 아주 중요하다. 국민이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법인세율 15% 이하는 기업 경영자에겐 매력 포인트다. 경제 규모가 되고 사법 시스템이 투명한 나라들 중에서 최저 수준이어서다. 사실상 영국이 조세 피난처로 바뀌는 셈이기도 하다.

법인세율 인하는 영국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법인세율 인하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그 바람에 EU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 BBC는 “오스본의 법인세율 인하는 보수당이 추진해온 균형 재정 달성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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