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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배반 드라마 뒤···메이·레드섬 '제2 대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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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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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左), 앤드리아 레드섬(右)

영국 보수당의 새 총리 경선이 남녀(男女) 대결이 아닌 여여(女女)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끈 두 남성이 정치 활극으로 치명상을 입은 사이 여성 금융인 출신 재선 의원인 앤드리아 레드섬(53) 에너지 차관이 치고 올라왔다. 그는 잔류 진영의 강자인 테리사 메이(60) 내무장관과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대한 향수를 가진 보수당 지지자들로선 철녀 두 명의 대결을 보게 됐다.

존슨, 보수당수 불출마 선언 후
후보 떠올랐던 마이클 고브
“존슨 무너뜨렸다” 여론 질타 받아
잔류파 메이 압도적 리드 속
레드섬, 탈퇴파 대안으로 부상

당초 EU 잔류를 지지했던 메이 장관은 총리 경선에서 2위 정도로 여겨졌다. 의원 투표를 통해 1·2위를 정하고 당원 투표를 통해 둘 중 한 명을 총리(대표)로 정하는 경선 방식에 따라 1위 주자이자 탈퇴 운동을 이끈 보리스 존슨(52) 전 런던시장과 함께 결선행이 유력한 정도였다.

그러나 탈퇴 진영의 마이클 고브(49) 법무장관이 기습 출마 선언을 하며 “존슨 전 시장은 총리에 부적절하다”고 공격하고 존슨 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판세가 급변했다. 고브 장관은 ‘이중의 배반’이란 당 안팎의 질타로 휘청거렸다. 가디언은 “고브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우정을 버리고 탈퇴 진영을 선택해) 캐머런의 총리직을 망치고 나더니 존슨의 야망까지도 무너뜨렸다”고 표현했다. 개혁적이란 느낌을 주곤 했는데 이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그로 인해 탈퇴 진영의 주자로 떠오른 인물이 레드섬이다. 보수당 중진으로 탈퇴 진영의 중진인 이언 던컨 스미스가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레드섬은 2010년 의원에 당선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다.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그래머스쿨을 거쳐 워릭대를 나왔다. 바클레이은행에서 근무한 금융인으로 세 자녀를 뒀다. 레드섬은 브렉시트 TV 토론에서 냉철한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해 인기를 끌었다. 그는 자신이 대처와 비유되는데 대해 “대처는 개인적으로 친절했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지도자로선 강철 같았고 결단력도 있었다”며 “이상적 조합으로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보수당 의원 330명 중 메이 지지 의원은 100명을 넘어섰다. 고브·레드섬과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연금 장관인 스티븐 크랩(43)이 20명 정도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레드섬은 “현재 50명 정도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메일온선데이 여론조사에서도 메이는 59%의 지지를 받았다. 메이와 레드솜과의 양자 대결에선 메이가 86%로 압도적이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일 스코틀랜드 5대 의회 개원 연설에서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들이 놀라운 속도로 일어날 수 있다”며 “이 의회가 (1999년 첫 구성된 이래) 수년간 성공적으로 보여준 대로 이처럼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서 리더십의 특징은 도전들과 기회들에 대한 최선의 대응을 찾는 보다 깊은 심사숙고를 위해 충분한 여지를 줘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왕의 이 같은 언급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첫 발언이다. 스코틀랜드가 EU 잔류를 위해 독립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한 신중론으로 해석됐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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