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이후 바이오 ‘창업 절벽’ 10년

중앙일보

입력 2016.07.01 02:32

업데이트 2016.07.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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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 있는 ‘오스코텍’의 연구실. 줄지은 실험대 앞에서 연구원들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신약 후보물질 선별에 몰두하고 있었다.

최근 신약 성공한 기업들
2000년 전후 창업한 1세대
“10년 앞 보고 정책자금 지원을”

김중호 오스코텍 연구소장은 “지난 3월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SKI-O-703’의 미국 임상 1상 시험에서 1차 투약이 끝났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5년 동안 매달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한 일”이라며 뿌듯해했다.

오스코텍이 입주한 코리아바이오파크에는 벤처·연구소 21곳이 모여 있다. 제넥신·바이오니아·크리스탈지노믹스처럼 2000년 전후로 의사·교수·연구원 출신들이 창업한 1세대 벤처가 많다. 2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판 이들 기업은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로부터 기술 수출, 공동 연구, 지분 투자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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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1세대 바이오 벤처의 맥을 이을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바이오 벤처 수는 2007년 3293개에서 2012년 4325개로 늘었다. 하지만 이들 중 스타트업 비율은 2007년 7.4%에서 2010년 9.2%까지 오른 뒤 2012년 다시 7.3%로 하락하며 정체에 빠졌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현재 각광받는 바이오 벤처는 10~20년 전에 씨를 뿌린 결과물”이라며 “이대로는 10년 뒤 바이오 스타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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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절벽’의 이유로 초기 투자 부족이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벤처 투자금 3137억원 가운데 초기 기업 투자 비중은 12.3%인 385억원에 불과하다. 벤처 전체의 초기 기업 투자 비중(31.1%)보다 현저히 낮다.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대학교수 출신인 김모씨는 지난해 바이오 의약품 업체를 창업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결과물을 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2005년) 이후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와 관심이 떨어진 것 역시 창업 기피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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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바이오 창업을 늘리려면 정부가 벤처기업과 소규모 연구소를 위해 특별기금을 운용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산업계로 연결시킨 이스라엘, 비영리 민간재단이 제약사들의 협업을 돕는 유럽연합(EU) 모델 등을 참고하라고 말한다.

예비창업자를 위해 실험장비를 제공하는 인큐베이팅센터도 실험실에 갇힌 ‘기업가정신’을 끌어낼 수 있다. 신동문 에머리대 석좌교수는 “작은 연구실이나 벤처가 대형 제약사와 공동 연구로 자금 수요를 줄이는 대신 성공 가능성은 키울 수 있다”며 “한국 정부도 이런 모델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경·박수련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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