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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6월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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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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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심사평

낡은 소재 재봉틀 시각적 표현
결 고운 이미지로 시조 격 높여

유월이 간다. 비 오다 그치고, 잠시 볕들다 또 비 온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씨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시인에게는 그리 싫지 않은 시간이다. 이런 때에 지상백일장 원고를 마주한 것은 행복이다.

이달의 장원으로 서희정의 ‘박음질로 달리다’를 선한다. 이 작품은 현실에 무게를 두면서도 시조가 가져야 할 기본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재봉틀은 자칫 낡은 이미지에 갇힐 우려가 있는데, ‘빈속을 박음질로 달랜 형형색색 날이었다’라는 시각적 표현으로 인해 신선함을 얻었다. 다만 ‘파란 꿈이 삭아가도’, ‘페달로 죽죽 밀어’ 같은 표현들이 미숙함을 드러내어 다소 아쉬웠으나 함께 보낸 다른 작품들이 신뢰를 갖게 하였다.

차상으로 엄미영의 ‘달맞이꽃’을 뽑는다. 안정된 보법으로 정형의 율격을 다스린 것은 상당한 습작의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서정의 단아함이 눈길을 끌었을 뿐 아니라 ‘밤하늘 둥근 밥상을 두 손으로 받는다’ 같은 결 고운 이미지가 시조의 격을 돋보이게 한 요인이 되었다. ‘고봉의 그리움’, ‘허기진 가슴’ 등의 진부한 표현들을 극복한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었으리라.

차하는 금혜정의 ‘빨래를 개며’가 차지했다. 해외에서 시조의 맥을 정갈히 다듬고 있는 노력에 점수를 준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 은 아니다. 초장의 ‘씻어 말린 빨래를/하늘에서 걷어와’ 같은 구절로 인해 명징한 단수를 얻었다. 하늘에서 걷어온 빨래로 인해 후줄근함을 극복하고 청신함에 이르고 있다.

바쁜 나날 속에서 나름 열심히 시조의 밭을 일구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 흐뭇했다. 이 외에도 이얼, 조우리, 장옥경 씨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논의되었음을 밝혀 둔다.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이달균·박권숙(대표집필 이달균)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자격을 줍니다.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또는 e메일(kim.soojoung@joongang.co.kr)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e메일로 응모할 때도 이름·연락처를 밝혀야 합니다. 02-751-5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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