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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수술부터 완치 때까지 밀착 치료, 유방암 극복 ‘동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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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제생병원 외과 김상욱 교수와 지난 1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수술한 환자가 항암·방사선 치료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질환 극복을 다짐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유방암은 생존율이 높지만 치료하는 데 의외로 까다롭다. 재발 가능성이 커서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 말고도 수술 후 보조치료가 중요하다. 이때 의사는 환자의 길라잡이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환자가 지치지 않도록 독려한다. 분당제생병원 외과 김상욱(유방·갑상선센터장) 교수는 환자의 고충을 끊임없이 고민해 해결 방안을 치료에 반영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당제생병원 유방·갑상선센터가 좋은 치료 성적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명의 탐방] 분당제생병원 외과 김상욱 교수

유방암은 갑상선암과 함께 가장 흔히 발병하는 암 질환이다. 한 해 약 2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그런데 치료 목적이 다른 암과 조금 다르다. 생존보다 재발 없이 삶의 질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암 진단 후 일주일 내 수술
항암·통증·심리 통합치료
생존율 전국 평균보다 높아

심평원 평가서 3년 연속 최고 등급

분당제생병원 유방·갑상선센터는 유방암 치료를 잘하는 병원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3년도부터 ‘유방암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진단부터 수술,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표준 지침대로 적절히 이뤄졌는지 평가한다. 병원마다 점수를 매긴 후 최고 1등급, 최하 5등급으로 나눠 결과를 공개한다. 분당제생병원은 평가를 시작한 이래 3년 연속으로 1등급 성적표를 받았다.

분당제생병원의 성공 비결은 바로 환자 중심의 치료 시스템 덕분이다. 김상욱 교수는 “빠르고 정확한 조치가 최우선”이라며 “진단에서부터 수술까지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자가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가슴 통증처럼 증상을 직접 느꼈거나 건강검진을 했다가 의심 소견이 나왔을 때다. 의사는 환자가 오면 병력(病歷)을 듣고 의심 부위를 만져 진찰(觸診)을 한다. 필요할 경우 X선이나 초음파 영상을 촬영한 후 조직검사를 거쳐 확진한다. 이때 의사의 경험이 많고 진료과 간 협력이 잘되면 조기에 암 여부를 진단해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 환자는 조직검사 결과나 수술 날짜를 오래 기다리느라 불안감에 떨 필요가 없다.

유방암은 수술만 잘하면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다. 환자 가운데 전이·재발 사례가 많아서다. 본격적인 치료는 수술이 끝난 후부터 시작된다. 의사는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설계한다. 항암·방사선 치료, 호르몬 요법의 시행 여부와 주기, 기간을 정한다. 대다수 병원에선 수술은 외과, 항암치료는 혈액종양내과에서 한다. 하지만 분당제생병원 유방·갑상선센터는 다르다. 수술한 외과의사가 직접 항암치료까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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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회복 위해 면역력 증진에 힘써

대부분의 환자는 항암치료 기간 중 각종 부작용에 시달린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서 면역체계부터 고장난다. 구강염·구강건조증 탓에 입맛이 변하고, 위장관 기능이 약해져 변비·설사로 고생한다. 피로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이런 부작용과 체력 부족 탓에 치료 일정이 늦춰지기 일쑤다. 수술한 의사가 치료의 연속성을 갖고 항암치료를 진행하면 부작용을 훨씬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진단·수술 과정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환자는 의사의 치료 방향을 이해하고 조언을 잘 따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차별점은 통합치료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항암·방사선 치료는 물론 환자의 면역력을 키우고 통증을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유럽에서 시작된 미슬토 주사요법을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백혈구 생성을 촉진해 항암치료 후 떨어진 면역 기능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병원에서 근육을 이완하는 데 좋은 요가수업도 진행한다. 수술 후 밀려오는 통증이 보조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판단에서다. 유방암 환자가 많이 겪는 불안·우울감을 떨쳐내기 위해 심리상담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통합치료의 효과는 남다른 치료 성적에서 잘 반영된다.

실제 분당제생병원에서 치료받은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2004~2015년)은 1기 100%, 2기 98%, 3기 85%, 4기 50%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집계한 전국 평균인 1기 97%, 2기 92%, 3기 78%, 4기 44%와 비교해 꽤 높은 편이다.

입소문 듣고 온 외국인 환자 많아

환자의 만족도 역시 높다. 전국 환우모임이 자발적으로 생길 정도다. 유방암 2기인 이미영(58·가명)씨가 그렇다. 지난 1월 수술을 받은 후 최근 항암치료를 마무리했다. 이씨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많이 힘들었지만 의료진을 믿고 따른 결과 수술, 항암치료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환우들과 함께 통합치료를 받고 치료 정보를 교환하며 암을 씩씩하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씨처럼 치료 결과에 만족한 환자들의 입소문 덕분에 멀리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도 환자가 찾아오고 있다.

의료진은 통합 치료의 성과를 직접 확인한 만큼 이런 방식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미술요법처럼 환자의 정서 안정을 돕는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의 대형 병원에서 ‘3분 진료’로 굳어진 진료 환경도 바꿔나가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고충을 의사가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욱 교수는 “한국에선 환자가 의료진에게 궁금한 점을 선뜻 묻기 힘든 문화가 있다”며 “의사는 환자에게 질환·치료법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환자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알려주는 유방암 자가진단·예방법

“운동으로 폐경 후 비만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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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 인구가 갈수록 늘면서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발병을 부추기는 위험 요인과 의심할 만한 증상을 알아두면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상욱 교수에게 효과적인 자가진단 및 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비만은 폐경을 맞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도를 높인다. 비만할수록 지방조직이 많고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져서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병합한 호르몬 대체요법을 장기간 받은 여성에게서도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하루에 술을 10g(알코올 기준) 이상 마시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역시 주의해야 한다.”

-평소 자가진단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씻을 때 가슴의 모양과 크기, 멍울이 만져지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멍울이 구슬 모양이고 움직이면 단순 혹일 가능성이 크다. 암은 멍울이 딱딱하고 표면이 거칠며 형태가 불규칙한 편이다. 멍울이 만져질 때는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35세가 넘으면 2년 간격으로 의사 검진을 받고,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임상 진찰과 유방촬영을 하도록 권고한다.”

-양성종양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나.

“유방에 멍울이 있다고 모두 암(악성종양)이 아니다. 물혹, 섬유선종 같은 양성종양인 경우가 더 많다. 크기가 작으면 경과를 지켜본다. 반대로 점점 커지면 제거할 필요가 있다. 요즘에는 맘모톰 기기를 이용해 시술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피부를 많이 절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초음파를 보면서 바늘을 움직이며 종양을 제거한다. 시술 후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은.

“운동은 가장 확실한 예방조치다. 폐경이 온 후 꾸준히 운동하거나 신체활동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방암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평소에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과식하지 않아야 한다.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짧을수록 발병 위험이 준다.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항상 주의하고 장기치료가 필요할 때는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한다.”

김상욱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 삼성서울병원 외과 조교수
●한국유방암학회 정회원
●대한내분비외과학회 정회원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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