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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직장암·백내장 수술한 101세 할머니 “새 인생 살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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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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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세 엄마와 77세 아들 101세인 송희연 할머니(왼쪽)는 올해 2월 대장암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송 할머니와 아들 이근홍씨(77)가 지난 22일 대전 자택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들·며느리 덕에 이렇게 신문사에서 취재를 나오고,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구먼유. 앞으로 몸 관리 더 잘해 자식에게 누 끼치지 않아야지유.” 지난 22일 대전시 서구 계룡로 서부노인정에서 만난 송희연 할머니는 1915년 3월생으로 만 101세다.

100세 이상 초고령자 수술 늘어
"나이 많아도 정정하면 문제없어"
110세에 척추성형 시술 기록도
보호자 판단 도울 기준 만들어야

송 할머니는 올해 세 가지 ‘큰 공사’를 했다. 지난 2월 대장암(직장암) 수술을 했고 아래위 틀니를 했다. 지난 8일엔 왼쪽 눈 백내장 수술도 했다. 할머니는 암 고통에서 해방됐고 음식을 잘 섭취하게 됐으며 성경책을 다시 읽게 됐다. 지난 21일 할머니와 두 차례 통화했다.

건강이 어떠신가요.
“(몸이) 좋아져서 밥 잘 먹어요. 일절 약을 끊었어요.”
수술이 무섭지 않았나요.
“떨리지도 무섭지도 않았어요. 수술하고 나니 아랫배 통증이 싹 가셨네.”

송 할머니는 “완전히 새 인생을 살고 있어요”라며 “아들·며느리 상장 하나 챙겨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삼시 세끼와 약을 챙겨주는 며느리 한승순(72)씨와 아들 이근홍(77)씨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송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대전의 한 병원에서 직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주변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였다. 병원에서 “100세 환자를 수술한 적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씨 부부는 ‘팔·다리 다 떼주고 싶은 어머니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형제들과 의논 끝에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다. 이씨는 “교회 목사를 비롯, 주변에서 모두 ‘연세를 생각해야 한다’며 말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죽을 날만 바라보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시간반 수술 끝에 암 덩어리를 제거했다. 림프절에 전이된 암세포를 제거하려면 항암 치료를 해야 하지만 고령인 점을 감안해 하지 않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할머니는 수술 후 얼마 안 지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집 앞 경로당 나들이를 했다.

최근에는 건강이 더 회복돼 지팡이로 바꿨다. 이씨는 “어머니 얼굴만 보면 사는 재미가 절로 난다”고 말한다. 100세인이 암 수술을 해도 될까. 할머니의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찬욱 교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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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세 노인도 수술해도 되나.
“송 할머니는 장 주변 림프절만 전이됐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도 정정하면 수술해도 문제없다. 심장·폐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거동 여부가 중요한데 할머니는 거동이 아주 자유롭지는 않아도 집에서 활동이 가능하더라. 전신 상태가 좋아 수술을 이겨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변에서 ‘얼마나 산다고 수술하느냐’고 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내버려두면 변을 보기 힘들고 배가 아파 환자가 괴롭다. 암세포가 자라 장을 막으면 갑자기 숨진다. 암세포가 퍼져 숨지는 것보다 이런 증상 때문에 숨질 수도 있다.”

100세인 수술이 그리 드물지 않게 됐다. 2011년 서울성모병원이 102세 할머니의 대장암 수술을 한 게 최고령 수술 기록이다. 지난 2월에는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이 103세 할머니 대장암 수술을 했다. 석 달마다 정기검사를 하는데 지난 9일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103세 할머니도 위암 수술을 받았다.

척추·임플란트 수술을 한 100세인도 있다. 110세 이화례 할머니는 척추압박골절로 고통을 받다가 지난 4월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척추성형술 시술을 받았다. 부러진 허리뼈에 2~3㎜ 주삿바늘을 넣고 ‘뼈 시멘트’를 삽입해 뼈를 안정시켰다. 할머니는 외출을 자주 하고 걷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병원 전득수 교수는 “80세 이상 척추압박골절 환자의 경우 2~3주 허리에 보조기를 착용한 후 증상이 개선되면 수술이 필요 없지만 심한 통증으로 거동을 할 수 없다면 조기에 시술해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뒤엔 2명의 100세인이 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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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김창오 노년내과 교수는 “수술을 함으로써 수명 연장 등의 이득이 있으면 초고령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다”며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전문가들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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