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안면기형 수술 봉사 ‘세민회’ “1시간이면 베트남 아이들 웃음 찾아줄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2016.06.24 01:21

업데이트 2016.06.2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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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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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선 어린이 20만 명이 안면기형을 앓고 있다. 사진은 수술실에 모인 한국의료진. [사진 SK그룹]

“람온 하이 쥽 꼰 짜이 또이(제발 우리 아이 좀 살려주세요).”

구순구개열 환자 3700여 명에 새 삶
베트남, 후원 SK그룹에 최고 훈장
최태원 회장 “앞으로도 계속 지원”

지난 14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있는 108국군병원. 응우옌 타오 후롱(32·여)이 생후 7개월 된 아들 라이 반 옌을 업은 채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의 등에 업힌 옌은 입술 왼쪽 부분이 위쪽으로 말려 있었다. 인중이 없어 제대로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선천성 구순구개열(입술이나 입천장이 덜 발달된 상태로 태어나는 것) 때문이었다.

수술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무사히 끝났다. 안면기형을 앓고 있는 베트남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의사들 덕분이었다. 세민기형돕기회(세민회)는 1996년부터 베트남에서 얼굴기형 어린이를 위한 무료수술을 해왔다. 매년 현지에서 150~200명의 구순구개열 환자를 치료해 21년간 총 3700여 명의 환자들이 새 얼굴을 얻었다.

올해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인제대부산백병원 소속 성형외과 의사 20여 명이 지난 13일부터 일주일 간 140명의 안면기형 환자를 수술했다. 이치안(34) 부산백병원 성형외과 전문의는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 밝은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는 수술이라 오히려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무료수술 봉사활동의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웃음을’이다. 안면기형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치료해 웃음을 되찾게 해주자는 뜻에서 지어졌다. 이번 수술로 생후 19개월 된 딸의 기형을 치료하게 된 위엉 수안 흐엉(27·여)은 수술이 끝난 뒤 담당 의사의 손을 부여잡고 “이제 서야 아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현재 베트남에선 20만 명의 어린이들이 안면기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민회 회장으로 베트남 안면기형 수술을 총괄한 백롱민(58)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안면기형은 수술만 받으면 충분히 정상인처럼 살아갈 수 있는 병”이라며 “의사들에겐 1~2시간에 불과한 수술이지만 얼굴과 함께 앞으로의 생활 자체가 바뀌는 만큼 환자들에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이 무료수술 봉사는 SK그룹이 후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민간외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안면기형 무료수술을 지원해 온 SK그룹에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훈장인 베트남 국가우호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SK그룹은 베트남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계획하면서 이 봉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 베트남 현지 사업이 차질을 겪으면서도 안면기형 무료수술을 중단하지 않고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안면기형 무료수술 등 인도적 사업은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한·베트남 양국의 우호를 증진시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노이=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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